푸틴 “합병 영토 수호에 모든 수단 동원”… 핵 위기 ‘최고조’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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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 합병 선언한 푸틴
미국 두 차례 핵 사용 전례 거론 공개 위협
우크라에 동부 요충지 일부 재점령 굴욕
서방 제재 강화·징집 반발 등 변수 많아
푸틴, 종전 협상 제안 ‘출구 전략’도 병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4개 지역에 대한 합병조약에 서명했다. 해당 지역 수장들과 합병을 자축하는 푸틴(가운데) 대통령.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4개 지역에 대한 합병조약에 서명했다. 해당 지역 수장들과 합병을 자축하는 푸틴(가운데) 대통령.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의 합병을 선언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향후 이들 지역에 대한 공격을 ‘본토 침공’으로 보고 ‘핵무기 사용’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대적인 제재로 응수하는 한편 핵 공격 시 참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4개 점령지에 대한 합병조약에 서명했다. 지난달 23~27일 실시한 주민투표 이후 3일 만에 속전속결로 합병 절차를 진행한 셈이다. 이날 이후에는 상·하원 비준 동의, 대통령 최종 서명 등의 마무리 절차가 남아 있다.



이들 4곳의 면적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 정도(9만k㎡)로 포르투갈 전체와 비슷하다.

러시아의 영토 편입 강행으로 ‘핵 전쟁’ 위기감은 더욱 고조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들 지역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가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과거 미국의 핵 사용 사례를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일본에 두 차례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례를 남겼다”면서 “서방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위협성 발언이라는 관측과 함께 푸틴 대통령이 전술핵무기 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날 합병 선언 직후 우크라이나는 동부 요충지인 도네츠크 리만을 탈환하며 거센 반격을 했다. 굴욕적인 패배를 겪은 데다 최근 예비군 강제 동원으로 정치적 입지가 줄어든 푸틴 대통령이 반전을 위한 전술핵무기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러시아군으로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더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핵무기 사용을 부채질했다. 러시아는 2000여 개의 전술핵무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 합병 때처럼 영토 편입 직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이란 등 반미 세력으로부터도 외면받을 수 있는 ‘핵 카드’를 꺼내들며 확전으로 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전쟁에서 미국의 최신 무기를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방위 제재로 인해 국내 경제적 위기도 커져 출구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합병지 1~2곳을 다시 내주더라도 전쟁을 끝내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해 “우리는 대화의 준비가 돼 있다. 즉각 군사행동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미국과 서방은 이번 합병 선언을 강력히 비판하며 대규모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부총리, 하원·연방평의회 의원 278명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 지원 방침도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날 ‘푸틴이 핵을 쓰면 미국이 참전하느냐’는 질문에 “러시아와 핵무기 사용에 따른 다양한 후과에 소통할 기회가 있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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