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 닥친다”… 기업들 ‘전시 체제’ 돌입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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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에 저성장까지 위기감 고조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에 직격탄
지역 중기 상당수 “도산할 지경”
대기업들, 비상·전략회의 소집
신규 투자 중단·재검토 잇따라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일보DB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사하구 섬유염색업체 A사는 급등한 석탄 가격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섬유염색에 필수적인 스팀 생산을 위해서는 석탄을 태워야 하는데, 석탄 가격이 올들어 최대 4배 가까이 올라서다. 지난해 t당 138.4달러였던 석탄 가격(뉴캐슬탄 기준)은 지난달 6일 465.8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다. A사 대표는 “석탄 가격이 올 3월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끝도 모르고 치솟고 있다”며 “스팀 비용을 내지 못하는 주변 업체도 생겨 업계에는 도산 업체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에 저성장까지 겹치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예고되면서 어느 때보다 지역 업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LG 등 대기업에서는 사장단 비상·전략회의가 잇따르고 있고, 기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재검토하는 사례도 나온다. 지역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사실상 전시 체제에 돌입했다.


지역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단가 급등, 인력난 등으로 업종별로 저마다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도금업체 동아플레이팅(주) 이오선 대표는 “원자재 가격과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오르면서 제조업 현장에서는 IMF 이후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며 “고금리도 문제지만 대출 자체도 잘 안 나와서 다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 허현도 회장은 “원자재 가격이 대폭 올라 수출기업도 어렵고 특히 수입 위주의 업종은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적어도 대기업이 오른 원자재 가격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실시해야 중소기업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대기업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초대형 복합위기에 대한 대비 태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LG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구광모 (주)LG 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한 사장단 워크숍을 열었다. 사장단 오프라인 모임은 3년 만이다. 삼성도 지난달 26일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자·금융계열사 등 그룹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SK그룹과 포스코그룹도 이달 내로 사장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요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 계획 수립에도 애를 먹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훌쩍 넘어서고,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급격한 금리 인상이 잇따르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회의를 해도 긴축 경영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어서 경영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대외환경 변화에 기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재검토하는 기업도 속출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7일 1600억 원 규모의 질산유도품(DNT)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했고,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3600억 원 규모의 정유설비 신규투자를 중단했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변동에 따른 투자비용 증가와 수요 위축 우려가 이유였다.

SK하이닉스도 올해 6월 4조 3000억 원 규모의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M17) 증설 투자를 보류했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1조 7000억 원 규모의 미국 배터리공장 신설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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