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씩 지연되는 동·서부산 재판…"법원 관할구역 조정하자"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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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동부지원과 서부지원의 재판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할구역을 조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 지원에 접수되는 사건 숫자는 갈수록 느는데 판사 수가 적어 걸핏하면 재판이 지연되는 등 사법서비스 불균형 현상이 빚어지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동부지원 관할인 남구와 서부지원 관할인 북구를 부산지법 본원에 포함시켜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의견이 힘을 받는다.

부산변호사회는 ‘부산지법 관할 조정에 대한 입법청원서’를 법원행정처와 관련 국회의원실 등에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동부지원과 서부지원의 사건 적체로 인해 부산시민들이 거주 지역을 이유로 불평등한 사법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지법 본원은 금정·동래·연제·부산진·동·중·영도구를 포괄하며 이 지역에는 131만여 명이 거주한다. 서부지원은 북·서·사상·사하·강서구의 시민 106만여 명을, 동부지원은 수영·남·해운대구·기장군의 102만여 명을 관할한다.



2020년 기준 민사 사건의 경우 부산지법 본원이 2만 8238건을 접수했고 동부지원은 1만 4911건, 서부지원은 1만 1756건을 접수했다. 형사 사건은 부산지법 본원 1만 3485건, 동부지원 4820건, 서부지원 4627건이 접수됐다.

민사 사건을 기준으로 볼 때 동부지원은 본원의 약 52%, 서부지원은 약 41% 수준으로 접수하지만 실제 사건을 심리하는 판사 수는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2020년 기준 부산지법 본원에 근무하는 판사는 99명, 동부지원은 27명, 서부지원은 20명이다. 본원의 20~27%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시민 개개인이 체감하는 사법서비스의 질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민사 소액 사건의 경우 부산지법 본원은 접수에서부터 판결선고까지 평균 144.7일이 걸리는 데 반해 동부지원은 245.9일이 소요된다. 심리하는 법원이 다르다는 이유로 100일이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나홀로 소송’에 나서는 비율이 높은 민사 소액 사건이라 사건 당사자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은 더욱 커진다.

형사 단독 사건을 보면 부산지법 본원은 판결선고까지 평균 122.4일이 걸렸지만 서부지원은 191.6일, 동부지원은 161.5일이 소요됐다. 법원에 소장이 접수된 날로부터 첫 변론기일이 열리는 날까지의 기간도 동부지원과 서부지원에서 더 길었다.

문제는 앞으로 사법서비스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강서구와 기장군에 시행 중인 잇따른 도시 개발 사업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인구 증가가 예정돼 있다. 동부산과 서부산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대거 진행되는데, 이에 따른 각종 분쟁도 크고 작은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역할 확대도 법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금융공기업들이 개인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 많다”며 “각종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얽힌 굵직한 사건도 많아 동부지원 재판부에 부담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등 BIFC에 공공기관이 추가로 이전하면 사건 적체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부산변회는 “부산지법 본원과 상대적으로 위치가 가까운 북구와 남구를 본원 관할로 조정한다면 각 지원의 업무부담이 크게 감소돼 사법서비스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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