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핵 위협’에 전운 짙어지는 세계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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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핵무기 배치 의사 타진
일본은 북한 미사일 강경 대응
대만도 자체 군사력 증강 박차
차이잉원 “타국에만 의지 안 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중기관총을 점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중기관총을 점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핵 공격 위기감까지 고조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 각국이 전례 없는 군사력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전술핵 무기가 단순히 위협의 수단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로 안보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가 미국 측에 자국 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자국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공유할)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해 미국 지도자들과 얘기를 나눴다”면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핵무기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맹국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줄곧 안보 불안을 호소해왔다. 특히 친러 접경국 벨라루스가 최근 법을 개정해 러시아 핵무기를 자국 영토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영향이 컸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점령지 병합 과정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러시아 접경지 일대에 핵 공격 우려가 커지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두다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미국은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주변국은 이전보다 더욱 엄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에 이어 6일에도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2발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 밖에 떨어지자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중의원(하원)에 이어 참의원(상원)도 2017년 12월 이후 5년 만에 북한 탄도미사일 규탄 결의를 채택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서 “잦은 빈도로 계속되는 (북한의)일련의 도발 행위는 국제사회에 심각한 도전”이라면서 “미국, 한국을 포함해 관련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 등을 모든 유엔 가맹국에 강력히 호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미사일 도발 등의 국제 정세를 바탕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1%가 넘는 역대 최대 60조 원의 방위비 편성을 추진 중이다.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방위력 강화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지지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서방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5일 열린 안보리 회의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감싸면서 결론 없이 산회했다. 안보리 서방 이사국과 한국, 일본은 회의가 끝난 뒤 북한을 규탄하는 장외 성명을 내기도 했다.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대만도 군사력 증강에 힘을 쏟고 있다. 5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우리는 다른 나라가 와서 대만을 방어해 주기만을 의지할 수는 없다”며 국방 예산 증액, 비대칭 작전 능력 강화, 무기 업그레이드, 국산 군함 제조 등의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또 6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은 전날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에서 “이르면 연말 안으로 미국이 대만이 구매한 ‘정밀·기동성·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무기’를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을 뜻한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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