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수질 개선 없이 ‘서부산 생태도시’ 어림없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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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부산의 염원] 5. 강 오염, 지역 사회 성장도 막아

물 오염, 도시 발전에 결정적 타격
현재 상태로는 부산의 미래 암담
수상레저 등 관광 자원 사업 차질
에코델타시티 친수 도시도 요원

올해부터 상시 개방된 낙동강 하굿둑 일대 모습. 낙동강 오염은 시민 건강 문제를 넘어 다방면에서 서부산권 발전에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부산일보DB 올해부터 상시 개방된 낙동강 하굿둑 일대 모습. 낙동강 오염은 시민 건강 문제를 넘어 다방면에서 서부산권 발전에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부산일보DB

강의 수질은 시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질 악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건강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오염의 피해는 건강 문제를 넘어 지역 사회 전반에 파급된다. 오염된 물은 도시 이미지 하락을 가져와 지역 경제의 악재가 되고 나아가 도시 개발의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녹색 빛깔에 악취까지, 누가 찾겠는가

지난 6일 부산·경남지역 6개 기초자치단체(경남 김해시·양산시, 부산 북구·사하구·강서구·사상구)는 낙동강을 관련 문화·관광 자원화 사업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는 생태탐방선과 수상레저 등 낙동강 관광 자원화 사업의 공동 추진 등을 뼈대로 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도시처럼 하천을 관광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올여름 낙동강 하류 지역의 녹조 대란은 수질 개선 없이는 이런 청사진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확인해 줬다. 녹조 발생으로 강의 색이 변하고 악취까지 나자 낙동강 인근 수상레저 인원과 인근 생태공원 방문객 등이 급감했다. 특히 오염물질이 공기로 전파될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향후 강의 오염이 주변 레저·관광 시설 등에 미치는 여파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하류의 화명수상레포츠타운 관계자는 “7년째 수상레저 사업을 운영하는데 올해 방문객이 예년에 비해 20~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삼락수상레포츠타운 관계자는 “낙동강 녹조가 심할 때마다 운영 자체를 못하고 있고, 수질이 더 악화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서부산 일대 생태관광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낙동강 수질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올해 낙동강 하구 개방을 기점으로 기존의 철새 도래지와 생태공원 등을 엮어 생태 관광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으며, 부산시도 관련 계획을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다.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윤태환 교수는 “서부산권은 지리적 특성상 생태 환경 체험 프로그램 등 자연을 활용한 관광 사업들이 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낙동강이 서부산 관광의 가장 핵심 생태 자원이기 때문에 낙동강 수질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관광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 오염, 성장 위기로 이어져

낙동강 수질 문제는 관광 산업을 넘어 서부산 도시개발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서부산은 강서구를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동부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존이 잘 된 자연환경이 최대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 미래형 생태도시, 이른바 ‘슬로시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올여름처럼 낙동강 하류의 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생태도시로서의 매력은 크게 상실된다. 수질 문제로 시민 건강이 위협받고 악취 관련 민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태도시나 슬로시티로의 개발 구상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6조 6000억 원이 투입돼 조성 중인 강서구 에코델타시티는 수질 문제 해결과 생태도시 가능성을 점쳐보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에코델타시티는 수변 환경과 첨단 도시 인프라를 묶은 ‘생태형 글로벌 도시’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 서낙동강 수질을 2등급으로 맞춰 친수 도시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게 당초 목표였다. 하지만 여전히 서낙동강 평균 수질은 3~4등급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상황이 유지되면 에코델타시티는 친수 도시로서의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남해고속도로·김해공항·대단위 산업단지 등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등을 고려해도, 수질 개선이 안되면 에코델타시티는 생태도시가 아닌 밋밋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가운데 하나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 부산시 등은 배수펌프 운영 등을 통한 물 순환량 확대, 오염 정도가 덜한 낙동강 본류 유입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부산연구원 백경훈 선임연구원은 “친수, 생태 등이 빠져버리면 에코델타시티는 다른 신도시와 차별화되기 어렵다”며 “에코델타시티의 성공은 수질 개선에 달렸고, 에코델타시티의 성공 여부에 따라 서부산 미래도 크게 바뀔 것이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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