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BTS 상징 보라색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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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과 파랑을 섞었을 때 나오는 색상이 보라다. 또 다른 이름은 자주(紫朱), 자색(紫色)이다. 영어로는 붉은빛이 강하면 퍼플(purple), 푸른빛이 짙을 경우 바이올렛(violet)이라고 한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배합 비율이나 물의 농도에 따라 오묘하고도 다양한 색이 나타나는 보라는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색깔로 꼽힌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하면 “정신 이상자가 선호하는 색”이라는 말을 듣기 쉽다. 밝고 강렬한 보라색은 정서 불안,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국내외 정신의학·심리학계의 일부 주장이 긴 세월 사람들에게 각인됐기 때문일 테다. 반면 파랑 계통 보라가 우울하고 침체된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 효과가 있다는 색채 심리 연구자들의 분석도 있으니 보라색은 신비롭기만 하다.

이 색은 고대부터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유럽에선 손수건 한 장을 겨우 물들일 1.4g의 보라색 천연염료를 만드는 데 채취가 힘든 뿔소라 1만 2000여 마리의 체액이 필요했다. 보라로 염색한 옷이 금보다 값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보라는 교황과 황제, 왕, 귀족 등 최상류층의 색으로 여겨져 ‘로열(royal) 퍼플’로 불렸다. 영국 왕실의 상징색이 보라이며, 9월 8일 운명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보라색 의상과 모자를 애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백제 국왕이 보라색 도포를 걸쳤고, 신라의 성골과 진골 출신 관리만이 보라색 관복을 입었다고 한다. 고려 왕은 외국 사신을 접견할 때 자색 공복을 착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보라색은 이같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력과 높은 신분을 뜻하는 상징물이었다. 이 색은 1856년 영국 화학자 윌리엄 퍼킨의 실험 도중 우연히 인공적인 제조법이 발견돼 대중화된 이후에는 수려한 빛깔 그 자체로 고귀한 품격이나 세련미, 화려함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보라가 세계적인 그룹 ‘BTS’(방탄소년단)와 팬클럽 ‘아미’의 상징색인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부산시가 17일까지 다양한 랜드마크 시설의 경관조명과 옥외 전광판을 이용해 야경을 보라색 불빛으로 장식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15일 사직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기원 BTS 콘서트’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다. 부디 콘서트가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치러져 전 세계에 좋은 도시 이미지를 심고 엑스포 유치 열기를 전파한 뒤 유치에 성공하는 결실을 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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