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이들’ ‘잊힌 투사’ 독립운동사 주역으로 불러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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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열전/임경석

한국 독립 위해 싸운 사람들 이야기
사회주의 독립운동 배제 안 해 눈길

전 2권의 〈독립운동 열전〉은 일제강점기 한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두 가지 관점을 취했는데 첫째는 무명의 헌신에 주목하고 둘째는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명의 헌신’은 이름 없는 이들을 독립운동사 주역의 자리에 올려놓으려는 의도를 품은 것이다. 정의에 헌신했으나, 잊힌 투사들을 불러내는 것이다. 사회주의 독립운동에 주된 지위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독립운동에 몸 바친 다수가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잊힌 사건을 찾아서’란 부제의 1권은 34꼭지, ‘잊힌 인물을 찾아서’란 부제의 2권은 38꼭지, 총 72꼭지의 얘기가 펼쳐진다.


1919년 ‘간도 15만 원 사건’이 있다. 일본은행 현금 수송대를 습격해서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려 했던 사건이다. 임국정 윤준희 한상호 최봉설 김준 박웅세 등 6명이 주역이었다. 이중 임국정 윤준희 한상호 3명은 밀정의 밀고로 붙잡혀 사형당했다. 이들을 밀고한 이는 안중근과 함께 의병투쟁의 거목으로 알려진 엄인섭이었다. 밀고에 의해 그때 주모자 3명과 함께 붙잡힌 이가 현금 수송 정보를 제공한 조선은행 용정출장소 사무원 전홍섭이었다. 전홍섭은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일제의 체포망을 벗어났던 최봉설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채씨 집안의 도움을 받고 오른팔에 박힌 탄환도 빼냈다고 한다. 채성하 채계복이 최봉설을 도운 이름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들과 피 끓는 일들이 많았고, 밀정의 배신도 허다했다. 1922년 일본 육군대장 다나카 암살 시도 사건이 있었다. 암살은 실패하고 의열단원 김익상 오성륜이 붙잡혔다. 이중 오성륜은 탈옥했고, 김익상은 일본으로 압송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다행히 김익상은 1936년 13년 옥살이를 하고 풀려났으나 출옥 이후 요시찰 감시의 고통을 겪다가 1941년 한강에 투신했다고 한다. 김익상 가족들의 삶도 처참했다고 한다.

온갖 고난을 치렀던, 그리고 스러졌던 이름들이 애달프다. 일왕 암살 모의에 가담헸으나 이후 소련에서 일본 스파이로 몰려 처형된 김중한, ‘유림단 독립운동 모금사건’에 휘말려 일본 경찰의 혹독한 고문에 희생당한 김환기, 사회주의 비밀 결사 ‘왜관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다가 중국 망명길에 나선 이후 유골로 귀국한 김찬기 등의 사연이 피를 토한다. 김환기와 김찬기는 형제간으로 유학자 김창숙의 두 아들이다.

독립운동가 가족의 삶도 처참했다. 홍범도의 부인 이씨는 남편에게 투항을 권하는 편지를 쓰라는 일본 경찰의 귀순 공작을 거부하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숨을 거두었다. 혁명에 몸 바친 김사국 김사민 두 아들을 잃고서 탁발로 만년을 보낸 그 어머니 이름은 안국당이었다. 김재봉 강달영 안광천 박길양 김규열 이한빈 허성택 장석천 송계월…. 마저 다 부를 수 없는 그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저자는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다. 임경석 지음/푸른역사/1권 380쪽, 2권 424쪽/1만 9000원, 2만 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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