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리가 주인공 된 부동산 시장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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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 경제부 부동산팀장

가파른 금리 인상에 시장 상황 급변
미분양·업체 ‘돈맥경화’ 위험 높아져
공급량 조정 등 장기침체 대비해야

정부가 부산의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발표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다. 규제 완화로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그동안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해제 발표 이후 3주 동안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는 0.59%, 전세가는 0.57% 떨어졌다.

지난해까지 ‘불장’이었던 부동산 시장은 몇 달 사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순식간에 달궈진 만큼이나 가파른 냉각 속도에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원래 부동산 시장은 주식과 달리 시장의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다. 큰돈이 들다보니 신중한 거래가 많고, 세금 부담 때문에 ‘단타’가 어려웠다.


몇 년 사이 부동산 시장의 속도가 빨라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30대를 중심으로 투자자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유튜브나 블로그 등 콘텐츠를 통해 투자 공부에 적극적인 이들은 50대 전후의 중년들이 주도하던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주축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각종 부동산 데이터와 정보로 무장하고, 부동산 시장에도 기민하게 대응했다.

이들의 발빠른 움직임을 부추긴 것은 유동성이었다. 2015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대로 내린 뒤 줄곧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심지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0%대까지 금리를 내렸다.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는 주머니가 비교적 가벼운 젊은층의 매매 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변했다. 잇단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유동성은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존 0.5%에서 0.75%로 오름세로 전환한 이후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6년 만에 1%로 금리가 올라간 지난해 11월은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와 일치한다. 집값 고점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금리의 가파른 인상은 매수 심리를 빠른 속도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몇 년 전까지 만해도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는 그다지 주목받는 변수가 아니었다. 공급과 수요,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좌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까지 집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공급 부족이 지목됐고, 정부의 정책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제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금리로 바뀌었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시장에서 신규 주택 수요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새로 집을 사려는 이들이 이자 부담을 느끼면서 매매에서 전세나 월세 수요로 돌아서게 된다. 부산의 경우, 전세 매물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1만 5000세대 가량의 입주 물량이 올해는 2만 6000세대로 배 이상 늘었다. 전세가가 받혀주지 않는 매매가는 하락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규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 미분양 리스크도 커진다. 현재까지는 과거에 비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2019년 6월 6만 4000호를 고점으로 기록한 이후 하락 추세를 보여 2021년 12월 기준 1만 8000호 수준을 보이는데, 역대급으로 미분양 물량이 적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미분양의 공포는 커진다. 국토연구원은 콜금리가 3.25%가 유지되고, 정부 방침대로 연평균 53만 1000호가 공급되면 2026년에는 최대 16만 8000호의 미분양이 발생하고,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미분양도 2028년 최고 6만 3000호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은 이미 건설업계의 경영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개발 사업의 ‘돈맥경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개발 사업에서 토지를 살 때 융통한 브릿지론은 대개 본 PF(Project Financing)를 통해 상환하는데, 본PF가 연결되지 않아 브릿지론으로 리파이낸싱해 사업을 연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금융 조달 비용이 크게 늘면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늘어난 비용은 아파트 가격을 높여 상쇄하려고 하지만 침체된 시장에서 높은 가격의 신축 단지는 외면 받는다. 결국 미분양이 늘고 PF자금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게 된다.

미국발 금리 인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8.3%올랐으며, 6개월~1년 후 물가 지수를 가늠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8%를 넘어섰다. 미국은 가벼운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서라도 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단순히 조정대상지역 해제와 같은 부분적인 규제 완화가 아닌 공급 물량 점검 등 장기 침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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