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문 공연장 없는 부산 그래도 음악회 곳곳서 열린다 [新 문화지리지 2022 부산 재발견] 5.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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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문화지리지 2022 부산 재발견] 5. 클래식 음악을 만나는 곳

전문 공연장 없어 음향 떨어지는 다목적홀서 공연
기획 공연으로 관객 모으는 하우스콘서트홀 인기
명품 오디오·고해상도 영상 갖춘 음악감상실 명맥
지역 문화 전파하는 실핏줄인 소공연장 지원 필요

위쪽부터 라온음악당에서 열린 ‘소리숲’ 공연, 스페이스 움 기획 공연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서 열창하는 소프라노 장은녕,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 감상회를 여는 오페라바움. 라온음악당·오페라바움 제공 위쪽부터 라온음악당에서 열린 ‘소리숲’ 공연, 스페이스 움 기획 공연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서 열창하는 소프라노 장은녕,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 감상회를 여는 오페라바움. 라온음악당·오페라바움 제공

오랜 세월 부산 음악계의 숙원은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 건립이었다. 음악 전문 공연장이 없다 보니 부산 음악팬들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가 와도 오롯이 감동을 느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가을이면 부산에서 공연장을 잡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매년 터져 나온다. 부산의 음악 공연장은 턱없이 부족할까. 어디에서 클래식 음악을 만날 수 있을까.



■다목적홀 말고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 절실

2022년 10월 현재 부산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공연장은 부산문화회관이다. 대극장, 중극장, 챔버홀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비롯해 앙상블, 솔리스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실 문화회관의 대극장과 중극장은 음악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 다목적홀이다. 아무래도 음향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의 같은 공연을 부산문화회관에서 들을 때보다 음악 전문 공연장인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들을 때 훨씬 좋다는 건 클래식 팬이면 누구나 인정하는 현실이다.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을 표방하는 챔버홀도 한계가 있다. 처음부터 음악홀 구조로 건립된 것이 아니라 기존 국제회의장을 내부 리모델링만 진행한 후 공연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부산문화회관 공연장들은 대관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문화회관에 상주하는 7개 시립예술단의 공연을 우선 배정하고, 자체 기획 공연들도 있어 민간 음악 단체와 예술가들, 공연기획사가 원하는 날에 공연장을 빌리는 게 힘든 상황이다.

클래식 공연계에서 대안으로 고려하는 공간이 각 구의 문화회관이다. 구별 문화회관들도 대극장과 중극장(소극장) 등 2개 이상의 다목적홀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클래식 공연이 진행되는 곳은 금정문화회관과 을숙도문화회관 정도이다. 콘서트용 피아노가 없는 곳도 있고, 무엇보다 공연을 지원하는 인력(매표, 관객 안내, 무대감독)이 없어 공연하려면 연주자들이 직접 지원 인력을 구해야 한다. 각 구의 문화회관뿐만 아니라 부산 대부분의 다목적홀 상황이 비슷하다.

국악 분야는 국립부산국악원의 공연장이 소리 전달, 무대 상태가 모두 좋아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은 국악 공연만 가능해 다른 분야 음악인들은 이곳을 활용할 수 없다.


금정문화회관에서 열린 아트뱅크코레아 20주년 기념 공연.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금정문화회관에서 열린 아트뱅크코레아 20주년 기념 공연.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지역 문화 실핏줄, 하우스콘서트홀

음악 전문 공연장이 없지만, ‘부산은 음악의 불모지’라는 불명예에선 어느 정도 탈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산 곳곳에서 30~100석 규모의 하우스콘서트 공간들이 생겼다. 몇 년째 기획 공연이 이어지고 자체로 관객 DB를 구축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공간도 있다. SNS 채널로 공연 소식을 전하고 예매를 받는데, 유료 공연이지만 좌석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회사 옆, 집 앞에서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 전파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창립 11년을 맞은 스페이스 움은 부산 하우스콘서트의 선두주자다. 매주 금요일 여는 기획 공연 ‘스페이스 움 음악회’가 지난 14일로 473회 진행되었고 연말까지 일정이 차 있을 정도로 정착했다. 1600여 명이 공연 소식을 받으며 매주 찾는 단골 관객들도 생겨났다.

부산대학교 근처에 있는 라온음악당도 4년째 매주 금요일이면 음악회가 열린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부터 대학생, 직장인,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 관객이 찾으며, 매진되는 경우도 많다. 공연이 없어도 평소 유튜브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2019년부터 매월 열리는 짜장콘서트는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 음악단체인 음악풍경이 여는 이 공연은 처음 부산 사하구 음악풍경 연습실에서 시작했으나, 2022년에는 동아대 석당박물관 로비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있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직접 하우스콘서트홀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클래식 연주자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부족했고, 클래식 음악을 좀 더 친근하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직접 공연 무대를 만든 셈이다.

부산 중구 신창동에 위치한 게네랄파우제는 피아니스트인 김다은 씨가 운영하고 있다. 클래식 공연뿐만 아니라 재즈 공연도 자주 연다. 네이버에서 공연 예약을 받고 있어, 지역민뿐만 아니라 부산 원도심으로 여행 오는 외지인도 찾고 있다.

공연장과 레슨 스튜디오를 겸하는 형태도 있다. 클라리네티스트 이환석 씨와 피아니스트 박다은 씨가 운영하는 필슈파스콘서트홀, 소프라노 임혜정 씨가 운영하는 엘림아트홀은 음악 교육과 공연이 동시에 진행된다.

공연장 외에도 부산에서 최고의 클래식 공연을 만나는 곳들이 있다. 명품 오디오가 재현하는 감동적인 소리에 고해상도 영상을 통해 연주자의 땀방울까지 볼 수 있는 음악감상실이다.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에 빠져 은퇴 후 평생 꿈이던 음악전문감상실을 차린 오페라바움의 심성섭 대표. 극장처럼 꾸민 공간에 앉으면 순식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으로, 독일 베를린필 공연장으로 데려다준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체험하는 공간인 오르페오(ORFEO)해운대는 국내 최고 수준의 오디오 시스템이 구현된 극장에서 클래식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슬세권’ 공연장이 살아남으려면

부산의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에 대한 바람은 마침내 현실이 될 것 같다. 오는 2024년과 2025년에 오페라하우스, 국제아트센터 등 음악 전문 공연장이 개관할 예정이며 공연장이 부족한 서부산권에도 낙동강아트홀이 들어서게 된다.

오페라하우스는 현재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운영 주체·방식을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고, 내부 시설에 대한 전문가의 지적도 이어진다. 성공한 클래식 공연장들이 개관 몇 년 전부터 미리 운영 인력을 선발하고 준비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오페라하우스 준비 상황은 걱정스럽다.

‘슬세권’(슬리퍼 같은 편한 복장으로 시설을 이용하는 주거 권역) 공연장으로 자리 잡은 하우스콘서트홀도 고민이 많다. 기획 공연 수익으로는 출연료와 공간 운영을 감당할 수 없어 대부분 공간의 대표가 외부 행사 대행, 레슨, 강의 등을 병행해 운영비를 충당하는 실정이다. 지역 문화 활성화라는 공적인 역할을 하지만, 요건이 맞지 않아 국가와 지자체의 공연장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하우스콘서트홀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홍보이다. 라온음악당 고민지 대표는 “하우스콘서트는 처음 오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할만큼 가까이서 접하는 클래식 음악 공연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다. 소규모 공연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고 말한다.

7개의 하우스콘서트홀들이 올해 부산소공연장연합회를 결성한 것도 이런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자는 목적이다. 공연 정보를 공동으로 소개하는 홈페이지(bsaha.or.kr)를 구축했고, 11월 2일부터 한 달 내내 하우스콘서트를 이어가는 ‘제1회 우리동네 문화살롱 페스타’도 열 예정이다.

부산소공연장연합회 김은숙 스페이스 움 대표는 “지자체 홈페이지에 지역 공연장들의 소식을 계속 알려준다거나 지자체의 음악회, 문화행사 기획을 맡겨주면 좋겠다. 또 교육청과 연계해 학교 밖 예술 교육프로그램의 교육장으로 활용해주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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