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특수 날아갔다… 부산 택시업계·자영업자 ‘울화통’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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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공연·축제철 맞아 대목 기대
지역 택시·자영업자 ‘발목’ 잡아
택시 콜 서비스 사실상 모두 멈춰
기사 “평소 주말보다 수입 적어”
배달대행업체 이용 치킨집 사장
앱 오류로 손님 놓쳐 ‘한숨만’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카카오 계약 택시 피해도 속출했다. 17일 오후 부산역 택시 승강장을 카카오 택시가 지나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카카오 계약 택시 피해도 속출했다. 17일 오후 부산역 택시 승강장을 카카오 택시가 지나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에 BTS 공연과 축제철을 맞아 대목을 기대했던 부산 택시와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카카오가 마비되자 카카오T 콜이 중단됐고 카카오 결제는 막혔다. 모처럼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부산 택시업계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카카오가 발목 잡았다’는 원성이 높다.


“BTS 콘서트로 이번 주말 콜이 폭주할 거라고 해서 부산 택시가 다 긴장하고 있었는데 콜이 멈췄다. 맥이 탁 풀렸다.” 17일 부산 택시기사 황 모(41) 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께 카카오톡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중단되자, 택시, 송금, 결제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모두 멈췄다. BTS 콘서트와 광안리 어방축제, 동래읍성역사축제 등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열리는 대형 축제와 콘서트가 몰린 주말에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부산 택시업계와 자영업자들은 카카오 서비스 중단으로 특히 피해가 컸다.

‘카카오T 블루’ 택시 기사인 황 씨는 카카오T 중단에도 수수료 지급은 중단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카카오T 블루와 벤티 기사들은 카카오T 앱으로만 콜을 받을 수 있고, 승객 한 명을 태울 때마다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황 씨는 “콜을 받는 방식에만 익숙해져 있다 보니 평소보다 손님을 받는 속도도 느리고, 수수료는 계속 나가 오히려 평소 주말보다 수입은 적었다”며 “한번 카카오 먹통을 경험하니 얼마나 카카오에 의존을 많이 하고 있었는지 깨달아 무서웠다”고 말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동백택시에도 그 여파가 이어졌다. 동백택시 운영사인 코나아이에 따르면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된 15일 오후 3시 30분부터 16일 새벽 3시 30분까지 동백택시 서비스도 중단됐다.

코나아이 측은 협력 관계를 맺은 내비게이션 업체 등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타격을 받는 바람에 데이터 로딩 지연 현상 등이 초래돼 동백택시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됐던 당일 부산에서는 대표적인 택시 콜 서비스가 사실상 모두 멈췄던 것이다.

개인택시조합 김호덕 이사장은 “카카오T 서비스만을 믿고 운전하는 택시기사가 많은데 당장 이렇게 무방비로 서비스가 중단되면 택시 기사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 독점이 심화된 택시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구조 변화의 필요성을 제대로 느꼈다”고 말했다.

BTS 콘서트로 부산에 온 방문객들은 초행길에 유일하게 믿고 있던 카카오앱이 멈추자 혼란스러워했다. BTS 콘서트를 관람하러 부산을 찾았던 임 모(28·서울 구로구) 씨는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지리는 모르고 택시 콜도 사용할 수 없어서 주변을 1시간 동안 헤맸다”고 말했다.

축제 특수를 기대했던 부산 자영업자들도 실망이 컸다. 부산진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 모(45) 씨는 지난 15일 카카오 서비스 중단으로 배달대행업체와 연결이 되지 않아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씨가 사용하는 배달대행 프로그램이 카카오 지도를 이용해 위치정보를 받는 탓에 주문 연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가게를 운영하는 인력이 적어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데 카카오톡 오류가 난 후로는 대행업체에 주소를 불러주거나 직접 배달을 다녀오기도 했다”면서 “토요일 저녁 시간은 집에서 쉬는 사람이 많아 배달이용자가 많은 피크타임인 데다 축제 분위기라 손님이 늘어날 것을 기대했는데 앱 오류로 몇 건을 놓쳤는지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부산 연제구에서 피부관리숍을 운영하는 박 모(36) 씨는 “우리 가게의 경우 10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 예약 전에 카카오톡 채널로 일대일 상담을 한다”면서 “축제철이라 사람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기대했던 손님들을 이미 놓친 것은 물론이고 현재까지 카카오 채널이 복구되지 않아 상담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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