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개 영재학교 입학생, ‘수도권 출신’이 66.5% 차지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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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분석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도
수도권이 지역 출신 2.4배
지역인재 우선선발 확대 등
교육부 개선안 ‘별무소용’

우리나라 영재학교 입학생 중 수도권 출신 비율이 여전히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 일각에선 제도 개선을 통해 특정지역에 편중된 영재교육의 왜곡된 실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전국 8개 영재학교의 2023학년도 합격예정자 838명 중 66.5%(557명)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중학교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사교육걱정이 민주당 강득구 국회의원실과 함께 분석한 결과로, 대상 영재학교는 경기과학고, 광주과학고, 대구과학고, 대전과학고, 서울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한국과학영재학교 등이다.

학교별로는 경기과학고 합격예정자 중 92.9%, 서울과학고는 85.3%가 서울・경기지역 중학교 출신이었다. 나머지 비수도권지역 영재학교도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58.0%, 대전과학고 57.4%, 한국과학영재학교 54.6%,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50.0% 등 합격예정자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지역 출신으로 조사됐다.

특히, 해당 영재학교 소재지역 출신자마저 수도권에 비해 적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세종지역 출신(15명·16.9%)보다 서울·경기 출신(47명·52.8%)이 3.1배가량 많았고,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는 2.4배, 대전과학고와 대구과학고도 1.5배 정도 수도권 출신이 많았다.

최근 몇 년간 전국 영재학교의 수도권 출신 비율은 2020학년도 72.3%, 2021학년도 72.8%, 2022학년도 67.1% 등 전반적인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앞서 교육부는 영재학교 입학생의 특정지역 편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20년 말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 금지, 영재학교 지역인재 우선선발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개선안이 처음 적용된 2022학년도엔 영재학교 수도권 출신 비율이 전년보다 5.7%포인트(P), 2023학년도엔 0.6%P 감소에 그쳤다.

사교육걱정 측은 교육부 방안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해부터 지역인재 우선선발 확대 등 개선안이 시행됐지만 별도의 지역인재전형이 아니라, 1·2단계 통과자 중 지역인재 선발인원과 우선선발 지역을 학교와 시도교육청이 협의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사교육걱정 측은 “학교에서 우선선발 지역을 광범위하게 정하거나 선발 비율을 낮게 결정하면, 여전히 소재지역 학생보다 수도권지역 학생을 많이 선발할 수 있어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 측은 특히 서울·경기지역 합격자 중 상당수가 사교육 밀집지역 출신인 점도 문제로 본다. 실제로 내년도 영재학교 서울·경기 출신 합격예정자 483명(69.2%) 중 상위 10개 시·구 출신이 334명(6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67명), 양천구(40명), 송파구(29명), 서초구(28명), 노원구(20명), 경기지역은 성남시(47명), 고양시(30명), 수원시(27명), 용인시(24명), 안양시(22명) 순으로 합격자가 많았다.

사교육걱정과 강 의원 측은 현재의 왜곡된 영재교육 정상화 방안으로 입학전형 개선을 요구했다. 개선안은 지원자가 속한 광역시도의 영재학교 1곳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사교육을 통해서만 대비가 가능한 지필고사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중장기대책으로 영재발굴센터의 잠재력 바탕 학생 선발, 영재학교의 고교 교육과정 필수 운영, 수학・과학・예술 분야만 영재학교 위탁교육 등의 방안도 제안했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일반고에서 다양한 동료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필요한 부분만 일부 위탁교육을 받는 방식으로 영재학교 체제를 전환한다면, 꼭 필요한 영재를 양성하면서도 영재교육 기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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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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