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 “재송동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는 명백한 인재”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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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제출 서면 답변서 바탕 주장
방재 담당자 부실 자격 관리 원인 지목
부모·여동생 3명 잃은 유가족
관리사무소 직원 4명 등 7명 고소

6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6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일가족 3명이 숨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고층아파트 화재 참사(부산일보 6월 28일 자 8면 등 보도)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법·제도 개선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화재경보기 임의 정지 이후 안전 조치를 의무화한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이번 화재 참사는 “단순 화재 사고가 아닌 명백한 인재”라는 따끔한 지적과 함께 소방 당국이 재발 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서울 서초구갑) 의원은 재송동 고층아파트 화재 참사에 대한 서면 답변서를 최근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조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화재 당시 119 관제 내역, 소방 대응 적절성 여부 등을 질의했다. 조 의원은 화재 당시 화재경보기를 임의 정지해 실제 화재 때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으며, 이는 아파트 방재 담당자에 대한 부실한 자격 관리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조은희 조은희

소방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소방안전관리보조자’의 자격 부여가 허술하게 이뤄졌는데, 해당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간단한 교육만 수료하고 ‘소방안전관리보조자’로 선임돼 추가 수당까지 받으며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재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허술한 자격 관리가 부실한 현장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방 기록상 화재경보기는 아파트 방재 담당자가 임의 정지했지만, 수신기는 정상 작동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현장에서 실제 화재를 먼저 인지해 충분히 화재 대피 ‘골든 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도 부실한 현장 대응의 근거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조 의원은 재송동 화재 당시 소방의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화재 발생 후 이웃이 두 차례에 걸쳐 발화 지점이 아파트 13층이라는 신고를 접수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불이 나지 않은 19층으로 진입했다. 실제로 소방은 19층으로 진입해 수색을 시작해 한 층씩 내려온 탓에 정작 현장 도착 후 13분이나 지난 시점에서 발화층인 13층에 진입했다. 발화 지점에 대한 두 차례 신고를 받고도 소방은 발화층을 찾느라 대피·구조 시간을 허비(부산일보 8월 22일 자 2면 보도)한 것으로, 조 의원은 종합상황실과 현장 소방대의 교신 과정에 문제가 있어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답변서에 “선착대 1조가 로비층 진입 시 경찰로부터 19층으로 안내 받아 불이 난 13층보다 19층으로 우선 진입했다”고 해명했다. 또 일가족 3명이 숨진 참사에 대한 소방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의에 소방청은 “사건이 경찰 수사 중이며, 책임 소재는 경찰 수사가 나와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답변했다. 조 의원은 “재송동 일가족 사망 화재 사건은 단순 화재가 아닌 인재”라며 “소방의 현장 대응 절차를 재정비하고 소방안전관리자, 소방안전관리보조자의 선임 허가 절차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가족은 최근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4명과 소방관 3명 등 총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소방시설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유가족은 “건강하시던 부모님과 앞길이 창창한 20대 여동생을 하루아침에 잃었다”며 “안전을 책임지는 담당자들이 안일하게 대처한 부분은 명백한 업무상 과실이며 소방 역시 골든 타임을 허비한 책임이 명백한 만큼 엄정한 수사와 책임 있는 처벌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은 기존에 진행하던 수사와 병합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등을 대상으로 화재경보기를 의도적으로 꺼 놓은 행위가 피해자들의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 수사를 진행해 왔다.

앞서 법·제도 허점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도 본격화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봉민(부산 수영구) 의원은 소방시설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개정 법률안에는 ‘소방청장은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이 소방시설의 점검·정비를 위해 소방 시설을 폐쇄·차단하는 경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 요령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고시해야 한다’는 조항이 새롭게 추가됐다. 전 의원은 “재송동 고층아파트 화재 참사를 비롯해 지난해 경기도 이천시 쿠팡 물류창고 화재, 남양주 주상복합건물 화재 등 ‘화재경보기 임의 정지 후 대형 화재’가 잇따르는 만큼 정치권 내부에서도 소방설비 임의 정지의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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