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 연이은 ‘외로운 죽음’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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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동 70대·청학동 60대 남성
각각 숨진 지 한 달·1주일 추정
가족 있지만 현재 혼자 거주
고독사 위험군 제외 늦게 발견

17일 오후 부산 영도구 영선동 한 주택에서 홀로 살던 7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사망한 시점을 1개월 전 쯤으로 추정한다. A 씨 집 문 앞에 우편물이 쌓여있다. 김동우 기자 friend@ 17일 오후 부산 영도구 영선동 한 주택에서 홀로 살던 7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사망한 시점을 1개월 전 쯤으로 추정한다. A 씨 집 문 앞에 우편물이 쌓여있다. 김동우 기자 friend@

고독사 '고위험군' 바깥에서도 ‘외로운 죽음’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1인 노인 가구의 고독사에 대한 폭넓은 대책이 요구된다.

19일 부산 영도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하루에만 영도구에서 노인 고독사가 2건 발생했다. 이날 오후 영선동 한 주택에서 홀로 살던 7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숨진 지 1달가량 지났다고 추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두세 달 전부터 A 씨가 눈에 띄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긴 통장이 이 사실을 행정복지센터에 알렸다. 현장을 찾은 행정복지센터 담당자는 문 앞에 우편물이 쌓여 있고 집 안에서도 인기척이 없자 경찰에 신고했고, 문을 열고 들어가 숨진 A 씨를 발견했다.

영도구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영도에서 거주한 A 씨는 공무원 연금을 받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었고,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서비스를 신청한 이력도 없었다. 아내와 자녀가 있었지만 모두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지내고 있었다.

같은 날 청학동에서도 60대 남성 B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영도구청은 사망 후 1주일이 지난 것으로 봤다. 전기공사를 위해 B 씨의 집을 찾은 작업자가 잠긴 집에서 냄새가 나자 소방에 신고했다. 뇌경색을 앓아온 B 씨는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다.

기초생계급여수급자인 B 씨는 올해 4월부터 청학동에서 거주했다. 부산에 사는 자녀와 손주도 있었다. B 씨가 머물던 방 안의 달력에는 손주들의 생일이 표시돼 있었다. 인근에는 이웃들이 살고 있었지만 평소 활발하게 왕래하던 사이는 아니어서 B 씨의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 사람의 죽음이 뒤늦게 발견된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구청이 파악한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아서다.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고독사 중점 관리 대상이 돼 행정복지센터가 주 1회 안부 전화 등을 통해 관리한다. 하지만 A 씨는 소득이 안정적이고, B 씨는 자녀가 있고 거동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영도구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고독사 위험군 관리만으로도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면서 “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는 독거노인은 노인맞춤돌봄 서비스 등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신라대 상담심리복지학과 손지현 교수는 “체육관, 복지관 등 노인 시설의 이용 장벽을 낮추고 노인들이 시설에서 또래와 관계를 형성해 수시로 서로의 안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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