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적인 아세안 정상회의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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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구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

내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아세안 정책 기조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상회의는 윤석열 정부 아세안 외교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현재 입안 중인 정부의 아세안 외교 정책방향은 기존의 ‘신남방 정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 중 필요한 부분만 계승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신남방 정책’ 명칭의 폐기는 신중을 기할 일이다.

신남방 정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인도네시아에서 공식 천명한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 명칭이다. 이전 정부들도 아세안 정책을 갖고 있었지만 이름이 붙여진 것은 처음이었다. 신남방정책의 성과는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아세안 여론주도층 사이에서는 한국하면 신남방정책이라고 인식할 만큼 그 명칭이 이미 보편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명칭의 유지를 통해서 정부가 바뀌어도 아세안정책이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수 있고 향후 전략적 파트너로서 아세안과의 신뢰 관계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라도 명칭이 유지되는 것이 외교적 실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확장·재구성해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신남방정책은 (인도)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여 미·중·일·러 등 주변 4강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핵심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외교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현재 미·중 간 경제 경쟁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이용해 인도·태평양과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력히 견제하려 하고 있다. 미·중 모두를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입장이 어떠해야 하는가는 확연해진다. 한국판 인·태전략은 4강 수준으로 격상시키고자 했던 한·아세안 관계를 활용해 중견국 연대를 이뤄내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2019년 아세안 국가들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으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용하면서도 ‘아세안 중심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판 인·태전략의 핵심축 중 하나가 아세안인 만큼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아세안 중심성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토대로 우리의 인·태 전략과 아세안의 관점을 잘 조율해 외교적 레버리지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아세안 외교 정책 수립과 성공적인 정상회의를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소프트웨어적인 것들이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진정한 동반자, 영원한 친구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개최된 제1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아세안 국가들에게 군사, 경제 대국인 중국이나 일본과 같이 위협적이지 않고, 공통의 역사적, 문화적, 정서적 유사성을 가졌으며, 일정한 경제적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신뢰감을 갖고 협력할 수 있는 특별한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상호 간의 고유한 유대감과 연대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점들이 정책 수립에 반영되고 정상회의에서도 언급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인적·문화적 교류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아세안 속 한류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아세안류’라고 부를 수 있는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관광, 음식, 유학생 등이 보편화되고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급속하게 대두되고 있다. 2021년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 4명 중 한 명이 아세안에서 왔다. 우리 사회가 아세안국가 노동자와 결혼이민자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다문화현상을 존중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책에 반영하고 정상회의에서 부각시킨다면 한-아세안 관계는 진일보한 발전적 형태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적인 아세안 외교 성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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