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주사파 협치불가' 발언 파장…멀어지는 협치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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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윤석열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윤석열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야당탄압 규탄 및 보복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주사파와 협치 불가’ 발언 파장이 커지면서 대야 관계가 더 경색될 조짐이다.

 윤 대통령은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면서 해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것”이라며 “어느 특정인을 겨냥해서 한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헌법상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마침 거기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제가 답변을 그렇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종북 주사파 세력에 밀리면 안 된다’는 한 당협위원장의 발언에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과는 타협할 수 없다는 의미로 ‘국가 보위’가 첫 번째 책무인 대통령으로서 기본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야당은 “윤 대통령이 제1야당을 종북 주사파로 매도한다. 윤석열 정부에게 민주당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보복의 대상이었다”(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고 반박했다.

 최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국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김일성주의자’라고 언급하는 등 여권발 색깔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야당과의 협치가 더 멀어졌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의 발언 파문 당시 ‘이 ××들’이 사실상 우리 국회를 지칭했다고 해명하면서 야당의 반발을 불렀다. 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야당을 ‘종북 주사파’로 인식할 수도 있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면서 여야 관계가 더 거칠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필요성을 원칙적으로 강조해 왔지만 실제 추진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거기에다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와 이 대표의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로 인해 야당이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극도로 반발하는 상황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는 사상 유례없는 검찰 쿠데타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당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은 ‘윤석열 정권 정치 탄압 규탄문’을 내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정치 이슈를 살펴봐도 야당과의 협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닌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야당이 비용 추계서도 없이 통과시켰다” 등 강도 높게 반대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법안이 윤 대통령 손으로 넘어오려면 법사위와 본회의까지 절차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입장 표명엔 신중한 모습이지만 국회 통과가 현실화될 경우 ‘거부권 행사’도 고려한다.

 이럴 경우 야당은 윤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국가보훈부 승격 등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협조할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쟁점 법안 심사 등을 앞두고 여권과 야당의 파열음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아 당분간 협치의 실종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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