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해양 생태계 밝힐 체계적 조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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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떼죽음 등 이상 현상 잇따라
신속히 원인 규명하고 대책 세워야

지난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욱곡마을에서 주민, 직원이 폐사한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지난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욱곡마을에서 주민, 직원이 폐사한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지난달 말 경남 창원시 마산만 일대에서 정어리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발생하더니, 19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는 숭어가 1000여 마리나 떼로 죽은 채 발견돼 어민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가 하면 부산 해운대 앞바다와 통영 해안가에 정어리 떼로 보이는 거대한 물고기 무리가 등장하고, 지난달에는 부산 송도와 광안리 해수욕장에 멸치 떼가 몰려와 시민들이 직접 잡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모두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바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크게 일어난 모양인데, 도대체 그 실체와 원인을 알 수 없어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혹여 불길한 징조는 아닐까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런 현상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외국의 강과 바다에서도 전에 없던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전해진다. 캐나다에선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온 연어 수만 마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떼죽음 당한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돼 충격을 줬으며,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을 가로지르는 오데르강에선 무려 500km 구간에 걸쳐 각종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선 돌고래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죽은 채 해변으로 떠밀려와 ‘돌고래 집단 자살설’이 제기되는 등 화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일들은 특히 최근에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드러난 현상도 놀라운 것이지만, 더 우려되는 건 그런 현상들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어민들이 집단으로 버렸다는 주장을 비롯해 중금속 등 수질오염, 특정 세균이나 기생충에 의한 질병 감염, 이상기후에 따른 수온 변화 등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추측에 그칠 뿐 명확한 근거까지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마산만 정어리 집단 폐사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물 속 산소 부족에 따른 질식으로 결론 내렸지만 그래도 의문은 여전하다. 정어리 떼가 마산만까지 대거 들어온 원인이나 다른 어패류는 괜찮은데 정어리만 집단 폐사한 까닭은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인이 분명치 않으니 민심까지 흉흉해진다. 물고기 집단 폐사가 대지진의 전조현상이라거나 심지어는 세계 종말의 예고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여하튼 지금 바다와 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에게 울리는 심각한 경종임은 분명하다. 신속하게 원인을 규명하지 않는다면 자칫 어민들 삶의 터전이 황폐해질 수 있으며, 나아가 무너진 해양 생태계를 복원할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조사와 대책 수립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가덕도 숭어 폐사에 대해 전문 기관에 검사 의뢰조차 하지 않은 부산 강서구청의 소극적인 대응은 비판받을 만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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