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그림자 짙은데… 서민 노린 사기범까지 날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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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대출 미끼 보이스피싱
경남 피해액만 80억 원 달해
투자 전문가 행세로 돈 가로채
“취업 알선하겠다”며 속이기도

경찰. 부산일보DB 경찰. 부산일보DB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경남과 울산에서 각종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기꾼은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하거나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 취업난에 시달리는 구직자, 돈이 궁한 대학생 등 사회적 약자를 먹잇감으로 삼았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사이버 투자사기 일당 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중 40대 2명은 구속 송치, 다른 2명은 재감인 송치, 1명은 가담 정도에 따라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인터넷, 유튜브, SNS 등에서 주식·선물 관련 투자전문가인 것처럼 7명을 속여 허위 투자사이트로 유인, 모두 5억 6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수법 또한 정교하고 치밀하다.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 광고를 통해 SNS 채팅방 웹주소(URL)를 공유하고, 피해자가 채널에 접속하면 고수익 보장과 원금 보전 등으로 꾀어 허위 투자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 피해자에게 소액 투자부터 권유하고 여기에 웃돈을 얹어 조금씩 신뢰를 쌓으면서 결국 고액투자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대부분 가정주부나 직장인이었고, 많게는 1억 8700여만 원을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총 피해금 5억 6000만 원은 전액 회수하지 못했다.

심각한 취업난에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늘자 ‘고액 알바’로 유혹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악용하는 사례도 기승을 부린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지난 19일 오후 8시께 장평동 한 금융점포 앞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 A(20대) 씨를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는 검거 30여 분 전 인근 한 아파트 단지에서 피해자로부터 현금 4800만 원을 건네받아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에 사는 A 씨는 “보이스피싱인 줄 모르고 아르바이트 삼아 심부름만 하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피해자는 “금리가 낮은 대출로 갈아타게 해줄 테니 기존 대출금부터 먼저 현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말에 속아 거액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만 하더라도 이처럼 저금리 대출 등을 미끼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모두 411건, 피해액만 80억 원에 달한다.

구직자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 취업 사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지법 형사8단독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60대) 씨에게 징역 2년을, 아들 C(30대)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부자지간인 이들은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울산의 한 대기업 또는 1차 하청업체 취업을 알선하겠다며 지인 등 피해자 3명에게서 모두 2억 8000여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아들 C 씨가 대학 친구에게 “아버지가 대기업 노조 대의원이다. 아버지 힘으로 이 기업에 취업했다”고 꼬드기면, 아버지 B 씨가 나서 정규직으로 취업시켜 줄 것처럼 속여 피해자 어머니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기업이 즐비한 울산에서 지인 등을 상대로 취업 사기 같은 악성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다”면서 “취업 알선 사기의 경우 피해 보상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전국에서 집계된 사기 범죄는 모두 24만 7357건, 검거 인원은 16만 8360명에 이른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금리와 물가는 오르는데 수익은 그대로여서 서민들이 상당한 경제적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며 “오프라인보다 사이버 공간에서 범행이 용이하고 수익도 크기 때문에 사기 범죄가 만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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