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청와대에는 수령 744살 주목도 있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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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나무들 / 박상진

2022년 5월 10일, 청와대가 개방되었다. 그곳은 1948년부터 74년간 대한민국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관저였다. 금단의 장소였기에 서울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넓은 정원과 깊은 숲이 있는 곳이었지만, 비밀의 화원이기도 했다. 북악산 자락을 따라 자연스레 자라온 나무들과 일부러 심은 조경수까지 합치면 모두 5만 5천여 그루에 이른다. 수종도 자그마치 208종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청와대 노거수군’이라는 반송, 회화나무, 용버들 등 크고 나이 많은 고목도 적지 않다. 그야말로 거대한 식물원이다.

〈청와대의 나무들〉은 그 가운데 85종을 소개한다. 전역을 네 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각 수종을 대표할 만한 나무를 골라 나무 지도에 표시했다. 사진과 설명도 곁들였다.

저자는 2019년 대통령경호처의 의뢰를 받아 〈청와대의 나무와 풀꽃〉이란 발간자료를 낸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집필 과정에서 엄격한 보안 사항을 지켜야 하는 제약이 뒤따랐던 시절이다. 〈청와대의 나무들〉은 그런 어려움을 의식하지 않고 저자가 마음껏 기획한 책인 셈이다.

현재 청와대에는 100년이 넘는 43그루의 고목이 있다. 나이 744살에 이르는 주목이 눈여겨볼 만하다. 청와대 정문 양쪽에 심은 22그루의 반송도 나이가 104살에 이르러 제법 고목 티가 난다.

청와대를 거쳐 간 대통령은 12명이다. 그들이 재임 기간에 심은 기념식수가 여럿 남아 있다. 윤보선을 제외한 11명의 기념식수가 청와대에 심어져 있고, 건수로는 31건에 이른다. 어떤 대통령이 무슨 수종을 택했는지도 흥밋거리다. 총 31건의 기념식수 중 소나무, 무궁화, 산딸나무를 제외하면 모두 수종이 달랐다. 대통령마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평생 연구에 매진한 저자의 나무 사랑도 진하게 전해온다. 박상진 지음/눌와/500쪽/2만 5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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