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의 문화 캔버스] 미술작품 해석에 옳고 그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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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대 민석교양대학 교수·미술평론가

“아,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 이해하기 너무 어려워요.”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되긴 하지만, 작가가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만든 것 같지는 않아요.”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의도를 꼭 알아야 할까요?” “내 방식대로 작품을 느껴보고 싶은데, 미술사나 미술에 대해 공부를 해야만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건가요?” “작품 해석에도 틀린 것과 맞는 것이 있나요?” 대학 강의 때 학생들은 물론 미술에 관심을 갖고 특강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미술관에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서 숱하게 듣는 질문들이다. 미술작품 감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롤랑 바르트 “어떻게 보느냐는 관람자의 몫”

누구나 자유로운 시선으로 감상하고 즐기는 것

다양성·상상력을 생명으로 하는 예술의 매력

미술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방법과 태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름다운 색채, 유려한 형태 등 작품의 외적 요소들을 순수하게 내 방식대로 보고 즐기는 것이다. 이때 감상의 대상이 되는 것은 대체로 미술작품의 외관 곧 형식이다. 예술작품에서 형식이란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릇, 내용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매체(media)이다. 그것은 물감, 캔버스, 대리석, 나무, 청동, 흙과 같은 작품의 재료뿐 아니라 작품에 나타난 색채, 명암, 형태, 구성, 구도, 질감 등과 그것들의 조화, 긴장, 역동성 등과 같은 요소들을 포괄한다. 작품에서 이러한 형식적인 측면은 관람자가 작품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쾌감과 불쾌감, 즐거움과 슬픔 등을 포함해 어떤 식으로든 미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작품을 즐기는 태도는 예술에 대한 경험주의적인 관점으로, 철학자 칸트의 입장과 겹친다. 칸트는 심오한 철학 체계를 세웠지만 예술에 대한 입장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관점이라면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몰라도, 미술사를 공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내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작품을 즐기고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순수한 감상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와 가치가 있으며, 사실 그것이 예술 감상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다른 한편, 예술작품을 좀 더 심오한 것으로 여기는 관점이 있는데 이는 예술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관점으로 헤겔이나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의 입장이다. 이는 예술이 우리에게 진리와 같은 좀 더 고차원적인 것을 알려 준다고 전제하고, 주로 작품의 내용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작품이 담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고자 한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순수한 감상을 계속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여러 가지 호기심들이 생겨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왜 화가들은 각각 다른 다양한 양식으로 그림을 그릴까. 현실을 사실적으로 모방한 그림은 이해할 수 있지만, 대상을 개성적으로 변형시키거나 거의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그린 그림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또한 작품의 내용도 궁금해진다.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림에 그려진 사람은 누구이고 장소는 어디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그림의 내용은 작가의 경험과 관련된 것일까 등등. 그림을 보면서 떠오르는 이러한 호기심과 궁금증에 답을 찾고 싶다면 이때가 미술에 대해 공부해보면 좋은 시기이다.

미술작품을 해석하는 전통적인 방법론들은 작가가 작품을 만든 의도, 생각, 이유 등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때 작품 해석의 근거는 작가다. 이 관점에서라면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면 맞는 해석이고, 그렇지 않으면 틀린 해석이라는 말이 가능하다. 그러나 1960~70년대 이후 후기구조주의 사상이 대두되면서 예술작품의 의미는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닌 시간, 공간, 환경 등 그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예술작품에 대한 다양성 해석의 가능성이 활짝 열린 것이다.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1968)이라는 에세이는 그 강력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이 탄생하고 나면 거기에 더 이상 작가가 어떤 권위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 즉 작품이 만들어져 세상에 나오고 나면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예술작품 해석에 큰 영향을 준 이 글과 함께 작품 해석의 주도권은 더 이상 저자(작가)에게 있지 않고 독자(관람자)에게로 넘어오게 되었다. 마치 부모가 아이를 낳아 세상에 내놓은 이후에는 아이를 부모의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미 세상에 나온 작품의 의미는 작가의 의도대로만 해석될 수는 없게 되었으며, 이제 어떠한 해석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라면 어떤 작품 해석이 맞고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관람자들은 작품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해하고 자신의 논리에 따라 해석할 수 있다. 오히려 이것이 차이와 다양성, 상상력과 독창성을 생명으로 하는 예술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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