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시진핑이 “강하게 만들겠다”고 한 의미는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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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보는 새로운 눈 / 김종국

〈세계사를 보는 새로운 눈〉은 동서고금의 경제 역사를 ‘지리, 욕망, 이성, 힘, 문화, 제도’라는 여섯 가지 관점에서 분석한다. 사건의 배경과 변동 요인을 파악해 실체에 다가서려는 노력이다. 저자의 눈길은 그리스·로마와 고대 중국 문명에서부터 현대의 미·중 패권 경쟁 시대까지 전 시대에 가 닿는다.

역사는 구체적 경험이고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고, 거기에서 지혜와 교훈을 얻게 된다. 역사는 지나간 날이 아니라 현재이고 미래라는 통찰은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세계사는 남의 나라, 다른 민족, 다른 지역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얘기이다. 인류가 살아온 도도한 흐름은 한국 역사로 스며들었고, 현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군벌이 등장한다. 후한이 멸망한 뒤 천하 대란이 일어났다. 천하를 셋으로 나눈 위·촉·오는 끝없이 전쟁을 벌였다. 삼국 전쟁은 엄청난 인명 피해를 가져온 파괴적 전쟁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정쟁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은 이 문장에 꽂힌다.

1인 지배 체제로 향하는 시진핑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도 나온다. ‘시진핑은 2017년 10월 “마오쩌둥이 중국을 세우고(站起來), 덩샤오핑이 부유하게(富起來) 했다면, 자신은 강하게(强起來) 만들겠다”고 말했다’라는 내용이 그렇다.

문제는 우리의 미래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는 점잖은 사교 클럽이 아니라 천재, 악마, 히피, 독재자, 이방인이 치고받고 싸우는 정글이었다. 모방과 경쟁 속에서 새로운 발명과 기술혁신이 일어났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한국 사회의 깊은 갈등의 골이 오히려 역동성이라는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을까. 김종국 지음/생각의창/800쪽/3만 8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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