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는 팬데믹에서 무엇을 배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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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 마이스부산 대표

2020년 1월 부산 관광마이스업계는 국제관광도시 유치 소식으로 들떠있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관광마이스는 물론, 경제, 문화 등 우리의 모든 일상을 멈추게 만들었다. 국제관광도시 정보공유를 위해 만든 단톡방은 코로나19 비상단톡방이 되었고, 사람들은 직접 만나지 못하고 비대면으로 회의를 하거나 온라인으로 소통을 이어가야 했다. 물론, 학교나 가족들 간의 만남도 멈추었다.

사람들은 적응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온라인 회의에 적응하고, 재택근무와 영상 수업이 확대되었고, 어느새 익숙해졌다. 행사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여행도 랜선으로 떠나기도 했다. 기존 오프라인의 비효율성을 알게 되었고, 온라인의 편리함과 한계도 함께 느꼈다. 그렇게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역시, 우리의 일상은 온라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그런 욕구는 더욱 쌓여서 팬데믹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분출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커졌고,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확진자 동선도 공개하지 않고 별로 관심도 없어졌다. 확진자 수에도 둔감해졌고, 옆에서 기침을 해도 이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축제와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기엔 걱정이 될 정도로 너무 많은 행사가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개최되고 있었다. 업계도 즐거운 비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힘든 탄성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도 참담한 사고가 29일 밤 서울에서 터졌다. 그것도 상상하지도 못한 대규모 사상자까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이다. 그날 저녁에도 가까운 지인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벼운 저녁모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터라,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마치 20년 전 대학생 시절에 9·11테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뉴스를 다시 보게 되다니! 해외에서도 이태원 압사 참사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었다.

과연, 우리는 팬데믹을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우리의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 의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면서 현재에도 저렇게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로 경험하고 있다. 거기에 이태원 압사 참사까지 일어나니, 과연, 우리가 팬데믹을 겪으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미리 대비하는 위기관리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필자는 우리가 다시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까 봐 두렵다. 팬데믹으로 잃은 것도 많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방역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고, 개인이나 지역 사회도 고통을 분담하며 3년 가까운 어려운 시기를 잘 넘어왔다고 생각한다.

반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새로운 경험과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힘든 경험을 너무 쉽게 잊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그 신호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는 이런 대형 참사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번 대형 참사를 겪은 사상자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를 전하고 빠르게 회복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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