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특별자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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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기계공학 박사

2023년 6월부터 강원도가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특별자치도로 탈바꿈하게 됐다. 강원특별자치도에는 세금 경감, 규제 해제 혜택, 행정상 인사권 확대 권한도 주어진다.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로 지정된 이유를 보면, ‘남북 접경지역으로 인한 군사적 규제, 청정지역으로 인한 환경과 산림 규제 등의 중첩적 규제로 저발전 상태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혀 두고 있다. 즉, ‘강원도의 특수성을 인정해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부여하고 고도의 자치권을 인정한다’는 선언이 달려 있다.

세계 6위 부산항, 국부 창출에 큰 기여

조선소·조선기자재 등 해양 기능 집적

부산항, 중앙정부 통제와 간섭 심각해

포괄적 자치권·자체 발전 동력 확보 시급

강원도 정도의 특수성이라면 국내 대부분 광역시·도 역시 각자의 역사성과 특수성으로 특별자치시 또는 특별자치구 지정을 받을 수 있다. 특수성이란 갖다 붙이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특별자치시 또는 특별자치도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에 이익이 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지자체는 각자의 특수성을 내세워 지정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며 국가는 이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은 해양특별자치시 지정을 받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부산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별법이 제안된 바 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상하이, 로테르담은 해양·항만에 대해서는 자기 결정권을 가진 독립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관계로 자국에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부산은 세계 6위의 항만을 자랑하고 있으며 환적화물 처리량 세계 2위, 항만 연결성 지수 세계 3위,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5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환적 화물이 부산항에 모여든다는 얘기는 순수 외화가 들어온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부산항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외화벌이를 하여 국익에 큰 보탬을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컨테이너 환적을 위해 입항하는 선박들은 부산항 정박 동안 항해하면서 밀렸던 선박 수리를 하거나 선용품을 구매하거나, 경우에 따라서 선원의 업무 교대를 하게 되어 각종 유발 경제효과를 발생시킨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부산지역에 돈을 뿌리게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도시가 진정으로 국익에 부합하는 도시가 아닌가?

세종특별자치시는 수도권 집중에 대한 견제 정책의 일환으로 지정된 행정수도로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섬이며 경제적 내수시장의 독립성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지역 특수성에 대해 누구든 이해가 가능하다. 국제적 관광지라서 외화벌이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세종시와 제주도에 대하여 특별자치시와 특별자치도 지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특별자치시가 되면 중앙정부로부터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제주도는 이미 관세, 사법, 국방, 외교 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포괄적인 자치권을 확보하여 독자적인 발전계획에 의거한 동력을 가속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는 부산항 관리와 발전계획과 연관하여 부산항만공사가 있다. 그런데 부산항만공사는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의 간접적 관리를 받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의 사소한 예산 집행에도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고, 부산 앞바다에 유람선을 띄우려 해도 해양수산부의 승인이 필요한 실정이다. 항만 개발에 필요한 각종 계획에 있어서도 감독 또는 간섭, 허가 또는 양해라는 각종 제약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다.

세계 대도시 중 부산만큼 해양 기능 집적도가 높은 곳은 드물다. 그런데, 세계 6위의 항만으로서 국부 창출에 더 큰 역할을 해 왔던 부산항이 흔들리고 있다. 2021년 세계 컨테이너 항만 물동량 기준으로 중국 칭다오항에 밀려 7위 자리로 밀리고 있다. 싱가포르항이 세계 2로를 자리매김하였고 중국의 상하이항, 닝보-저우산항, 선전항, 광저우항, 칭다오항은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세계 1위에서 6위까지 싹쓸이하였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사태로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국부 손실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정책 추진과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 사태의 영향 등으로 우리나라의 해운업은 한진해운 사태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면에는 부산항이 있었음을 인지해야 한다. 부산항 인근에는 세계 최대의 조선소가 있으며, 조선기자재 기업들이 세계 최대 규모로 집적해 있다. 정부 주도의 해운선사 선박 보유수 확대 정책이 신속하게 실현 가능했던 것은 바로 조선소와 조선기자재 기업들이 부산항을 중심으로 집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 해운선사들과 조선소 및 조선기자재 기업들의 실적을 추정하면, 700억 달러 전후 규모다. 이 정도이면 우리나라가 한해 수출하는 규모의 10% 이상에 이른다. “부산항이, 그리고 부산이 왜 해양특별자치시가 되어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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