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축제’ MZ 세대엔 익숙한 문화… 어느새 연례행사로 굳어져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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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축제’가 뭐길래

유치원 등 어릴 때부터 경험
개성 드러낼 수 있어서 인기
소품·의상 판매 상업성 한몫
숙박업소 등 이벤트도 다양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30일 오전 한 외국인이 핼러윈 복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30일 오전 한 외국인이 핼러윈 복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15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이 찾은 핼러윈 축제는 기성세대에게는 낯설어도 어린 시절부터 핼러윈을 경험한 10~20대에는 익숙한 문화다. 영미권을 중심으로 이어진 핼러윈 축제는 어느새 우리나라 지역 축제의 연례 행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핼러윈 축제는 10월 마지막 날인 핼러윈 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벌어지는 행사로 인도유럽계 민족인 켈트족의 전통축제인 ‘서우인’(Samhain)에서 기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1년을 10개월로 여긴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한 뒤 죽음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이때 악령들이 자신을 해치지 못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변장했다. 이러한 풍습이 영미권으로 이어지면서 영미권 전통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주로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귀신, 괴물 등 다양한 복장을 한 채 집을 돌아다니며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것이 핼러윈 축제의 대표적인 문화다.

핼러윈 축제는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매체를 통해 한국에 소개되면서 10~20대에게는 익숙한 문화가 됐다. 2010년 이후부터는 부산 해운대나 광안리, 서울 용산구 이태원 등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의 클럽, 술집 등에서 핼러윈을 기념하는 행사가 매년 개최됐다. 어릴 때부터 핼러윈 문화를 접해 온 10~20대는 핼러윈 축제에 참여해 해골, 유령, 영화 캐릭터 등의 모습을 따라 ‘코스프레’를 하는 방식으로 축제를 즐겼다. 연예인이나 일부 인플루언서도 SNS를 통해 핼러윈 축제를 홍보하면서 핼러윈 시즌에는 관련 게시글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핼러윈 축제가 인기를 끌자 유통가에서도 관련 의상과 소품을 판매하는 등 핼러윈 축제 분위기에 동참했다.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 놀이시설도 다양한 핼러윈 관련 행사를 열었다. 호텔 등 숙박업계에서도 파티 장소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핼러윈 데이를 기념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원어민 교사가 있는 영어 유치원은 물론이고 일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도 매년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등 핼러윈 문화를 접하는 연령대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체적으로 핼러윈 축제를 개최하는가 하면, 지역축제에서도 핼러윈 문화가 등장했다.

지난 29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는 ‘제1회 핼러윈 퍼레이드 페스티벌’이 열렸다. 변장경연 행진, 개막행진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이번 행사는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진행됐다.

핼러윈 축제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확산된 것은 개성 표현에 적극적인 10~20대 등의 취향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평소 자신의 끼를 발산하거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없다 보니, 개성 있는 코스튬 플레이가 가능한 핼러윈 축제가 젊음의 자유로움을 발산하는 장이 됐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핼러윈 복장 인증샷 문화가 퍼진 것도 핼러윈 축제 확산의 이유로 거론된다. 반면 가족·마을 단위의 서양의 핼러윈 축제와 비교해 국내 핼러윈 축제는 지나치게 상업화됐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 거주하는 김 모(30) 씨는 “핼러윈 축제는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서 젊은 세대한테 인기가 있는 것 같다”면서 “축제를 즐기러 간 MZ세대가 잘못했다느니 하는 비난이 이어지는데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이 문제라기보다는 축제가 잘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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