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수도권 과밀’ 되짚어 보는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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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의 일상화, 수도권 쏠림 폐해 아닌지
국토 균형발전 정책 새롭게 성찰할 기회

수도권 지하철인 김포도시철도 김포공항역이 3일 오후 환승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정부는 특별시, 광역시,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지하철 역사를 대상으로 한 인파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합뉴스 수도권 지하철인 김포도시철도 김포공항역이 3일 오후 환승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정부는 특별시, 광역시,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지하철 역사를 대상으로 한 인파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나고 7일부터는 여야 정치권의 치열한 ‘참사 공방’이 예상된다. 당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상정을 위한 전체회의를 시작할 때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질의를 진행하기로 여야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있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사과할 일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질 일은 철저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지금의 엄중한 민심이요 여론이다. 야당도 참사를 정쟁의 소재로 삼는 구태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여야가 협력해 국가 안전망을 재정비하고 재난관리 체계를 새로이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서 수도권의 과밀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여당도 7일 ‘이태원 사고특위’ 구성을 의결해 수도권 내 구역의 사고 예방 대책을 세우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국토 전체의 인구밀도보다 30배 이상 높고, OECD 주요 국가의 도시와 비교해도 최상위권이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몰린 수도권에는 각종 시설들도 집중된 탓에 행사 공간과 명소가 항상 사람들로 빼곡하다. 과밀의 일상화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공간이 출퇴근 시간대 서울의 지하철이다. 9호선의 경우 160명이면 가득 차는 전동차 한 량에 300명이 넘는 승객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라서 ‘지옥철’로 불린다.

여기서 과밀의 일상화가 결국 ‘수도권 쏠림’의 폐해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관점이 나온다. 이번 참사가 수도권 초집중 현상에 뿌리를 둔 안타까운 사고 중 하나라는 얘기다. 물론 이번 참사의 원인이 수도권 과밀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증거는 없다. 인구밀도가 높고 인파가 많이 몰린다고 반드시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은 지금 너무 과밀한 상태이고 참사가 터지기 전까지 과밀사회에 둔감했고 안일했다. 이런 인구 과밀 구조에 안전 관리 부실까지 겹친다면 사고의 위험성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참에 국토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찬찬히 되짚어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좁은 면적에 인구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몰리는 수도권 과밀은 이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정부가 인구와 인프라를 분산하고 나라 전체를 균형감 있게 발전시키는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정책적 접근을 새롭게 설정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이는 철저한 안전·인파 관리 대책과 동시에 가야 할 문제다. 여야 정치권도 이번 참사를 ‘대치 전선’으로 이용해선 안 될 일이다. 만반의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과 과밀화 해소 대책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압사 사고와 인구 과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전문가들의 제언도 새겨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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