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대, 85분 후 현장 도착… 뒤늦은 사태 파악에 골든타임 놓쳐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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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17분 지시받고 11시 40분 도착
지휘부 늑장 보고로 현장 투입 늦어져
당일 ‘역행 보고’ 기동대 투입 늦춰
용산경찰서장도 참사 50분 후 현장에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사고 현장 골목길에 설치된 경찰통제선 앞에 추모객들이 준비해온 조화와 추모 물품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사고 현장 골목길에 설치된 경찰통제선 앞에 추모객들이 준비해온 조화와 추모 물품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경찰 기동대는 1시간, 현장 책임자인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50분을 넘겨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지휘부의 뒤늦은 사태 파악이 인력 배치가 늦어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6일 서울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이후 경찰 기동대는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11시 40분 처음 현장에 도착했다. 참사 당일 11기동대는 참사 발생 이후 1시간 2분이 흐른 오후 11시 17분 용산경찰서로부터 처음 출동 지시를 받고 오후 11시 40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11기동대는 용산 일대에서 열린 집회관리에 투입됐다가 출동 지시를 받고 급히 현장에 투입됐다. 뒤이어 4개 기동대가 출동지시를 받고 뒤늦게 현장에 투입됐다.


의경은 모두 8개 부대가 투입됐다. 이들은 모두 참사 다음 날인 30일 0시 11분에야 서울경찰청 경비과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았다. 139중대가 이날 0시 50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사고가 난 지 2시간 35분이 지난 뒤였다. 이후 1시 12분까지 나머지 7개 중대가 차례로 현장에 도착했다. 8개 중대 중 2개 중대는 당일 오후 기동대와 마찬가지로 집회관리에 투입됐고, 나머지 6개 중대는 각자 거점에서 근무나 교통 관리를 하다가 부대에 복귀해 이태원 현장 출동 지시를 받았다. 기동대가 뒤늦게 투입된 원인으로 지휘부의 늑장 보고가 지목된다. 참사 당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1시간 21분 뒤인 오후 11시 36분에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고 상황을 파악했다. 8분 뒤인 오후 11시 44분 김 청장은 서울경찰청 경비과장에게 가용부대 투입을 지시했다. 김 청장이 경비과장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출동 지시를 받은 기동대는 2개 부대뿐이었다. 이 가운데 1개 부대는 이때까지 현장에 도착하지도 못했다.

애초 경찰청은 직할 서울경찰청이 아닌 소방청의 연락으로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상황실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 56분께 소방청으로부터 인력 지원과 차량 통제 요청을 받으면서 처음 상황을 파악했다. 이후 경찰청 상황실은 오후 11시 15분께 서울청 상황실과 용산경찰서 상황실을 통해 압사 참사 사실을 확인했다. 정상적인 보고체계 하에서는 이태원 관할서인 용산경찰서, 서울청, 경찰청 순으로 보고가 진행돼야 하지만 이날은 ‘역행보고’가 이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기동대 투입이 늦어진 것이다. 기동대가 이례적으로 현장에서 제외된 인력운용 계획 탓에 신속한 투입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와 지난 2020년에는 핼러윈 기간 유흥시설 단속을 위해 경찰 기동대가 배치됐지만, 올해 핼러윈 기간 계획된 마약단속에는 기동대 없이 인력운용 계획이 꾸려졌다.

현장 총괄 책임자인 이 전 용산경찰서장도 참사 발생 50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일대 차량 정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께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차량 정체로 진입이 어려워지자 우회 진입을 시도했고 오후 11시께 이태원 파출소 인근에 내렸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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