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싱크대의 시대’… 영화의전당, 영국 뉴웨이브 특별전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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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다음 달 6일까지 총 20편 상영
토니 리처드슨·존 슐레진저·켄 로치 작품 등

영화 '위드네일과 나'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 '위드네일과 나'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1950년대와 1960년대 영국 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돌아보는 뉴웨이브 특별전이 열린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다음 달 6일까지 부엌이라는 일상의 단조로운 공간 속에서 변화하고 있는 영국 사회의 본질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키친 싱크대의 시대, 영국 뉴웨이브’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키친 싱크 리얼리즘’의 전성기인 1950년에서 1960년대 전반기 작품을 중심으로 당시 영국 사회 문제를 대담하게 포착한 걸작 20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박은지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는 “영국 뉴웨이브는 부엌을 순수 가치의 공간으로 발견함으로써 이른바 ‘키친 싱크 리얼리즘’으로 불리던 영화 미학의 시절이었다”며 “더없이 내밀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신랄한 삶의 조건을 짐작케 하는 이곳을 보면, 종전 후 산업화가 진행되며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고는 하나 결코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한 인생을 영위해야만 했던 ‘성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먼저 영국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 토니 리처드슨이 반제도권, 반상업주의를 내세워 영국 프리 시네마 운동의 시발점이 된 작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1959)를 상영한다. 노동 계층의 빈곤, 동성애 등 당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룬 ‘테이스트 오브 허니’(1961)와 영국 청춘 영화의 고전작 ‘장거리 주자의 외로움’(1961)도 리처드슨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 '사랑의 유형'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 '사랑의 유형'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존 슐레진저 감독의 작품 4편도 준비돼 있다. ‘사랑의 유형’(1962)은 남녀가 지닌 사랑에 관한 보편적 정서를 섬세하게 조명한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공상가 빌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잃었던 당대 영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은 ‘빌리 라이어’(1963), 성공을 위해 뉴욕에 온 시골 청년의 방황기를 적나라하게 그린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도 볼 수 있다. 사랑의 갈등을 통해 인생의 공허함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1971)도 상영한다.

영화 '이노센츠'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 '이노센츠'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잭 클레이튼 감독의 영화로는 신분 상승을 위해 사랑까지 저버리는 청년의 야망을 그린 ‘꼭대기 방’(1959)과 고딕풍의 심리 스릴러 걸작 ‘이노센츠’(1961) 2편이 준비돼 있다.

영화 '하인'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 '하인'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연 프리 시네마 기수 린지 앤더슨 감독의 날카로운 사회 인식이 담겨 있는 ‘욕망의 끝’(1963), 여러 실내 공간을 계급 간 관계로 치환해 조셉 로지 스타일의 정수를 보여 주는 걸작 ‘하인’(1963)도 상영한다.

영화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스타덤에 오른 그룹 비틀즈의 하루를 모큐멘터리(페이크 다큐멘터리) 식으로 보여준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1964), 권위와 제도에 저항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아낸 ‘만약에....’(1968)도 준비돼 있다.

영화 '케스'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 '케스'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매와 교감하는 소년을 통해 영국 노동 계급의 현실을 담은 켄 로치 감독의 걸작 ‘케스’(1969)와 대저택과 소작농의 집으로 대변되는 계급의 차이와 갈등을 이방인인 소년 레오의 시선으로 바라본 ‘고 비트윈’(1971)도 상영작에 포함됐다.

영화 '하층민들'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 '하층민들'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이밖에 브루스 로빈슨의 블랙 코미디 ‘위드네일과 나’(1987), 1990년대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의 영화 ‘하층민들’(1991), 세기말적 풍경을 냉소적이고 초현실적인 유머로 승화한 ‘네이키드’(1993) 등도 선보인다.

영화 '네이키드'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 '네이키드' 스틸 컷. 영화의전당 제공

오는 25일 오후 6시 40분 ‘이노센츠’ 상영 후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특별강연을 한다. 26일 오후 4시 ‘하인’ 상영 후에는 박은지 프로그래머의 특별강연도 마련돼 있다. 상세한 상영 일정과 김필남·김은정 평론가의 영화해설 일정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관람료 일반 7000원, 유료 회원과 청소년·경로 대상자 5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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