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희비 엇갈린 바이든-트럼프, 차기 대선 ‘안갯속’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바이든, 재선 도전 여지 키워
저조한 국정 지지도가 ‘암초’
트럼프, 차기 도전 발판 차질
디샌티스 주지사에 힘 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다음 날인 9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아래는 전날 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중간선거 개표 결과를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 EPA·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다음 날인 9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아래는 전날 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중간선거 개표 결과를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 EPA·AFP연합뉴스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희비가 엇갈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이 하원에서만 진땀승을 확정 짓는 등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대권 가도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 우려를 일축하고 재선 도전의 여지를 키웠다.

NBC방송은 9일(현지시간) 11·8 미국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표 후반기 공화당은 기대와 달리 하원에서 5~15석 정도 차이로 승리가 예상된다. 상원은 전체 100석 중 50~51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6일 결선 투표가 치러지는 조지아주에서 패할 경우 다수당 자리는 물 건너가게 되는 셈이다.


이에 중간선거 대승을 차기 대권 도전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반트럼프 세력의 공세도 거세졌다. 공화당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일리노이주)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서 “이제 공화당 미래 사전에서 트럼프 일가를 퇴출해야 할 때라는 게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제프 던컨 조지아주 부지사는 “많은 트럼프 후보가 거부당한 것은 이제 트럼프는 백미러에 두고, (우리는)당과 양질의 후보와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메메트 오즈(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후보, 튜더 딕슨 미시간 주지사 후보 등 다수의 친트럼프 인사가 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폭스뉴스도 선거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간 선거의 최대 패배자로 지목받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SNS에 “어떤 측면에서 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내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매우 큰 승리”라면서 “219승 16패, 이보다 더 잘한 사람이 있었나”라며 반문했다.

‘트럼프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공화당 차기 유력 대권 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힘이 몰리는 상황이다. 벌써 보수 성향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한다는 말이 나온다. 머독이 지배력을 지닌 보수 성향 매체인 뉴욕포스트, 폭스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디샌티스의 재선 소식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온라인 경제매체 CNN 비즈니스는 10일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치고 공화당의 지도자로 디샌티스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머독이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은 펜실베이니아 상원, 뉴욕 주지사 등 주요 경합지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여당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간선거에서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백악관 기자간담회에서 중간선거로 재선 도전 가능성이 커졌느냐는 질문에 “우리(질 바이든 여사와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는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 없이 다시 출마하는 것이었다”면서 “아마 (도전 여부를)내년 초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그 누구의 예상보다, 존 F. 케네디 이후 그 어떤 대통령 임기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모두가 마가(MAGA·트럼프 전 대통령 슬로건) 공화당이 다시 정부를 장악하지 않게 돼 안도의 숨을 쉬게 됐다”고 말했다.

암초도 있다. 경제 위기 등에 대한 정부 대처가 도마에 오르면서 국정 지지도가 저조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하원 다수당 자리까지 내줘 바이든표 정책이 줄줄이 제동 걸릴 가능성이 크다. 당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잠재적 경쟁자들이 부상하면서 세대교체론이 재점화할 수도 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