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집에서 공유로, 미술품 가치 재발견하는 전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건희컬렉션 시립미술관서 공개
문화 균형발전 추진 계기 되길

부산일보사와 부산시립미술관이 공동주최로 11일부터 열리는 한국 근현대 미술 특별전 ‘수집: 위대한 여정’ 전시회 준비 장면. 정대현 기자 부산일보사와 부산시립미술관이 공동주최로 11일부터 열리는 한국 근현대 미술 특별전 ‘수집: 위대한 여정’ 전시회 준비 장면. 정대현 기자

부산에서도 이건희컬렉션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부산일보사와 부산시립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한국 근현대 미술 특별전 ‘수집: 위대한 여정’ 전시회는 1930~2000년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작품 100여 점을 11일부터 공개한다. 시대적 고난과 창작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이룩한 작가들의 산물인 예술이 주는 위로와 희망을 공감할 수 있다. 부산 전시에서는 이건희 컬렉션뿐만 아니라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문화적 지평을 넓힌 리움미술관, 고려대 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뮤지엄 산, 가나문화재단 등 컬렉터들의 애장품이 한자리에 모여 수집 과정에서의 애환과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단연 으뜸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생전에 수집한 미술품이다. 박수근의 대표작인 아기를 업은 채 일하는 여인의 모습인 ‘절구질하는 여인’이 눈에 띈다. 경북 울진 출신 유영국의 추상 ‘정상’에서는 “산은 내 앞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다”는 유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목숨도 없었을 것이다”라던 천경자의 자화상처럼 고독과 우울한 감성을 보여 주는 ‘누가 울어2’도 전시된다. 한국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환기의 전면점화 ‘작품-19-Ⅷ-72#229’(리움미술관), 한국의 미에 주목한 김기창의 ‘해녀’와 김규진의 ‘월하죽림도 10폭 병풍’(아모레퍼시픽미술관), 이대원의 초기작 ‘언덕의 파밭’(뮤지엄 산)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작품들은 소수의 미술 애호가가 “마음을 흔드는 그림 한 점을 소유하는 것이 그 어떤 금전적 이득이나 쾌락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수십 년간 수집한 애장품이자, 한국 미술의 살아 있는 역사이다. 그 작품을 모으는 과정에서 수집가들이 겪었을 설렘과 희생, 사랑, 고통도 작품과 함께 느끼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번 전시회는 이건희 회장처럼 작품을 소유해 스스로의 생활에 아름다움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과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 교류할 때 예술품이 모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즐거움과 기쁨이 배가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 준다.

평생의 노력을 통해 위대한 문화유산을 온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게 한 수집가들의 위대한 여정과 노력,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한편으로 문화는 한 국가, 지역의 품격을 반영하는 척도이다. 이건희컬렉션 부산 전시를 통해 비수도권 국민도 수도권 수준의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건희 기증관까지 서울에 들어서면 국립미술관 80%가 수도권에 집중된다. 정부는 국민의 문화적 향유라는 가치를 문화 국가균형발전의 큰 틀에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이 전시회가 지역의 기업가와 자산가들도 오랜 기간 수집한 미술품을 시민과 공유해 그 아름다움을 더 크게 키우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