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온천길엔 온천 영업장 없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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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명성 해운대 온천 지구
목욕탕 3곳 포함 8곳 영업 중
21년 전 27곳 비해 70% 급감
코로나 여파·목욕 문화 변화 탓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부산의 명물 ‘해운대온천’ 영업장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과 바뀌는 목욕 문화 때문이다.


10일 부산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해운대 온천원 보호지구에서 해운대온천을 활용하는 업소는 현재 대중목욕탕 3곳, 호텔 5곳 등 모두 8곳이다. 이는 21년 전인 2001년 대중목욕탕 11곳, 호텔·여관 16곳 등 모두 27곳보다 약 70%나 급감한 수치다. 해운대구청은 온천공이 집중된 우동과 중동 지역 1.4㎢를 온천원 보호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해운대온천 영업장이 줄어드는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과 목욕 문화 변화가 꼽힌다. 목욕탕은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높은 시설로 지목되며 팬데믹 초창기부터 타격을 가장 심하게 입은 업종 가운데 하나다. 또 각 가정에서 보편적으로 샤워를 하게 되면서 목욕탕을 이용하는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부산시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목욕탕 폐업 사유를 따로 받지는 않지만 샤워 문화가 보편화되며 예전보다 대중목욕탕 이용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태섭 부산관광협회장은 “코로나19 이후 관광 트렌드도 급변하면서 최근엔 온천을 테마로 삼는 관광 상품조차 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온천 영업장 감소세의 원인으로 정부가 누구나 쉽게 온천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온천의 질이 하향 평준화된 점을 꼽았다. 현행 온천법에선 온천을 '25도 이상의 온수로서 성분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정의하면서 온도가 맞으면 쉽게 온천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권장욱 동서대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교수는 “정부가 온천을 장려하기 위해 온도를 25도로 정한 것이 전국적인 온천 공급과잉을 만들었고, 물이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이 구분되지 않기 시작했다”면서 “이후로 대형 자본이 대규모 시설을 앞세운 리조트형 온천을 조성하면서 수질보다는 시설이나 규모가 온천의 좋고 나쁨의 기준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운대온천 영업장이 감소하면서 정작 해운대온천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해운대온천길’에는 현재 온천 영업장이 하나도 없다. 해운대구청은 2019년 해운대 옛 스펀지 건물에서 해운대해수욕장 인근까지 575미터 거리를 기존의 명칭인 ‘애향길’에서 ‘해운대온천길’로 바꾸었다. 또 구청은 99억 6000만 원을 투입해 해운대온천길 일대에 공중선 지중화, 보행환경 개선, 간판 개선, 배수설비 정비 사업 등도 실시했다.

해운대온천의 역사는 1000년을 훌쩍 넘긴다. 신라시대 진성여왕(887~897)이 천연두를 앓아 해운대온천을 자주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해운대온천은 해운해수욕장·동백섬·달맞이길 등과 함께 ‘해운대 15경’에 포함된다.

해운대온천은 일제 강점기에 온천욕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에 의해 일부 개발됐다가 1965년 해운대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개발이 본격화됐다.

해운대온천을 이용한 최초의 대중목욕탕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일본 사람이 운영하기 시작한 ‘할매탕’이다. 이후 박말불(68) 씨가 이 자리에 2006년 7층 건물인 ‘해운대온천센터’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박 씨는 “해운대온천은 피부 질환자가 이용하고 피부병을 완치한 사람이 나올 정도로 수질이 좋다”면서 “코로나 초창기 때보다 지금은 손님이 확실히 늘어났지만 아직 매달 적자에 시달릴 정도로 경영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또 다른 대표 온천인 '동래온천'도 영업장 수가 2014년 26곳에서 올해 18곳으로 줄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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