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1단계 이어 2단계도 ‘흥행 부진’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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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대 신청… 공급 목표 20.3% 그쳐
주택 가격 4억 → 6억 이하 확대 등
까다로운 조건 완화했지만 ‘별무소용’
“집값 급등한 현실 반영 못해” 지적

안심전환대출 2단계 신청이 시작됐으나 여전히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붙은 안심전환대출 안내물. 연합뉴스 안심전환대출 2단계 신청이 시작됐으나 여전히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붙은 안심전환대출 안내물. 연합뉴스

1단계 신청에서 흥행에 실패한 안심전환대출이 2단계 신청에서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2단계에서 까다로운 신청 조건을 완화했으나 여전히 실수요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심전환대출은 고금리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정책 금융상품이다. 대출 금리는 연 3.8%~4.0%로 저소득 청년층은 0.1%포인트(P)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13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신청된 2단계 안심전환대출 건수는 4만 8067건. 규모는 5조 5119억 원이 접수됐다. 전체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 25조 원의 약 20.31%에 불과하다.

2단계 안심전환대출의 부진은 신청 첫날인 이달 7일부터 예견됐다. 2단계 안심전환대출 신청 첫날인 이달 7일 총 1864건이 신청됐다. 조건이 까다로웠던 1단계 신청 첫날의 2406건보다 저조했다. 2·3일 차 신청 건수도1단계 때보다 각각 400여 건 적었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은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안심전환대출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달 9월 1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이뤄진 1단계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실적은 총 3조 9897억 원(3만 9026건)으로 이는 전체 공급한도의 16% 수준이다.

1단계 신청 때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흥행에 발목이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래서 2단계에서 신청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정부 등은 1단계에서 4억 원까지였던 주택 가격을 6억 원 이하로 확대하고, 부부 합산 소득은 7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대출 한도는 2억 5000만 원에서 3억 6000만 원으로 각각 늘렸다.

이처럼 신청 조건이 1단계에 비해 완화됐음에도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신청 조건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억 8843억 원으로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조건을 상회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은 12억 6628만 원에 달한다.

대출 한도도 3억 6000만원으로 늘었으나,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조건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 주택을 구매한 고금리 차주들은 신용대출까지 한 경우가 많아, 이들이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려면 신용대출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은 이달 초 내년 일반형 안심전환대출 주택 가격 조건을 9억 원으로, 대출 한도는 최대 5억 원으로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가 9억 원에 이르는 주택을 보유한 차주에게 서민·취약 계층을 위한 정책 금융상품을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전세 대출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전세대출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기며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나, 안심전환대출은 이용할 수 없다. 서민·취약 계층은 전세 대출을 많이 이용하고 있어, 고금리의 변동금리 전세 대출에 큰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에서는 9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정책 금융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클 것”이라며 “형평성을 고려해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조건을 보다 세부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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