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교육청 건축설계공모 전문성 강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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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관 한 명이 공모 절차 관리 무리
공정성 강화 민간위원회 해체도 우려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의 내년 본예산은 5조 6654억 원에 달한다. 올해보다 16.2% 증가해 증가율과 총액 모두 역대 최대다. 부산시의 내년 본예산 15조 3480억 원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시교육청은 학교 시설 개선에 지난해보다 34.9% 늘어난 6685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니 각종 공사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학교 공사 증가로 수년간 시교육청에서 진행한 설계공모 건수가 시청보다 배 이상 많았다. 그런데 시교육청에는 시청과는 대조적으로 공모 절차를 전담하는 조직조차 없었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건축설계공모 공정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민간위원회까지 최근 해체시키는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부산일보〉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설계공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시교육청에서 발주한 공모는 모두 78건으로 시청 34건에 비해 2.3배나 많았다. 지난 4년간 공모에 따른 설계비 총액도 시교육청 354억 7000만 원으로 부산시 177억 2000만 원의 배에 달했다. 이처럼 시교육청의 전체 공모 규모는 시보다 훨씬 크지만 전문성은 정반대다. 전담팀 4명을 둔 시청과 달리 시교육청은 주무관 1명이 공모 절차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시교육청은 올해 공모 건수가 폭증하자 학교 신축을 제외한 공모 업무 대부분을 5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교육지원청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언제 어디서 곪아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부족한 인력에 더해 허술한 관리 체계도 문제다. 설계공모 전담팀을 꾸린 부산시는 관련 홈페이지를 개설해 공모 개요와 심사위원, 심사 결과와 당선작 등 공모 관련해 전반적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5개 교육지원청별로 자료를 공개하다 보니 현황 파악도 어렵고 일부 자료는 누락되어 관리가 상당히 부실하다. 시교육청은 내년에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2700억 원) 등 40건 안팎의 공모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오래된 학교가 많은 부산지역 특성상 앞으로 공모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전담팀이 절실한 실정이다.

시교육청이 이번에 건축설계공모 운영위원회를 해체한 것은 민간 운영위에 대한 불신이 밑바닥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담 인력이 없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운영위마저 사라지면 공정성에 의심이 가기 마련이다. 전담 인력 강화를 포함해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하윤수 교육감은 “학생들이 안전하고 선진화한 교육환경 속에서 기초학력을 높이고, 문화·예술·체육활동을 통한 인성교육과 미래 사회에 대비한 교육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건축설계공모 전문성 강화 또한 그 일환이다. 학교 공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우려가 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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