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경주 남산 마애불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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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불교 유산 중 일반인에게 익숙한 것으로 불상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불상의 재질과 형태가 다양하고, 이름도 긴 편이어서 헷갈리기가 쉽다.

대체로 불상은 출토 지역 또는 사찰명, 재료(방식), 부처의 이름, 자세의 순서로 명명된다. 재료가 돌이면 석조, 나무라면 목조, 동에 금을 입혔으면 금동이라고 한다. 종이나 삼베로 만들어 옻을 칠한 뒤 말렸으면 건칠(乾漆), 흙으로 빚었다면 소조(塑造)가 된다. 또 큰 바위나 절벽에 새기면 마애(磨崖)라고 부른다.

표현된 인물에 따라서는 석가모니불·아미타불·미륵불, 약사불 등이 붙는다. 자세는 서 있으면 입상, 앉으면 좌상, 절반 정도 앉아 있다면 반가상, 누우면 와상, 생각하는 형상이라면 사유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서산마애삼존불상은 서산의 바위에 조각해 만든 세 분의 부처님 형상이라는 뜻이고, 석굴암본존석가여래좌상은 석굴암에 석가모니불이 앉아 있는 모습이라고 여기면 얼추 들어맞는다.

이러한 불상은 조성 당시의 시대상은 물론 제작 기법 등 그 예술성으로 인해 국보 또는 보물로 귀하게 대접받는 것이 많다. 최근엔 ‘5㎝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이 전국적인 화제다. 약 600년 전 발생한 지진에 의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마애불은 기적적으로 바닥 지면과 5㎝의 간격을 두고 부딪히지 않고 원형이 보존돼 이 같은 별칭이 붙었다.

연대 측정 결과, 통일신라 때인 8세기 후반~9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이 불상은 2007년 발견된 직후부터 문화재청에 의해 바로 세우기 작업이 검토됐다. 하지만 불상의 육중한 무게와 작업 과정에서 원형 훼손 우려로 발견 당시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보존 중이다.

그런데 최근 불교계가 발견된 지 15년 만에 다시 바로 세우기를 추진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시기에 축조된 불상 중 가장 완벽한 얼굴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바로 세우기만 하면 국보 또는 보물급 문화재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그러나 일부에선 여전히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것은 자연 현상으로 감내해야 할 상황인데,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불상을 세우는 게 올바른 선택인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방안이 좋은지 마애불은 알고 있을까.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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