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특수와 엑스포 유치 사이… ‘양수겸장’ 노리는 윤 대통령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40조 돈 보따리’ 빈 살만 방한
대통령 회담·대기업 총수 면담
경제난에 ‘제2의 중동 붐’ 기대
엑스포 유치, 국정과제·핵심공약
실패 땐 PK, 총선 결정적 악재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을 진두지휘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중동 특수’와 ‘엑스포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범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현 정부의 최대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데 무엇보다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엑스포 유치 경쟁 국가인 사우디가 40조 원 규모의 돈 보따리를 싸들고 방한하면서 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7일 서울에 와 윤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면담을 가졌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로 경제정책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빈 살만이 가져온 50년 만의 ‘중동 특수’를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남동 관저의 첫 손님으로 빈 살만을 초청해 대접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중동 특수에 대한 윤 대통령의 기대는 20일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의 브리핑에서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1970년대 오일쇼크와 세계 경제침체 시기에 중동특수를 통해 경제도약의 돌파구를 찾았는데 최근 중동 국가들이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만큼 ‘제2의 중동 붐’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정상외교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해 오는 23일 1차 수출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사우디를 활용해 경제 활성화 드라이브를 거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부산엑스포 유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가 한국 기업들을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대가로 엑스포 유치를 간접 견제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 정부도 사우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40조 원 규모의 사우디 초대형 프로젝트에 목을 매고 있으면서 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를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전에 소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현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범국가적 역량 결집으로 유치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외교, 문화, 경제 등에서 국격 상승과 함께 신성장동력 확충과 한류 영향력 강화로 선진국을 넘어 ‘글로벌 중추국가’로 부상한다는 비전까지 제시했다.

무엇보다 엑스포 개최지가 확정되는 시점이 내년 12월이라는 점이 윤 대통령으로서는 걱정이다.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만일 부산이 탈락하고, 정부의 유치 노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면 부산·울산·경남(PK) 선거에 결정적인 악재가 된다.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하기 위해서 차기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승부처가 PK다.

지난 17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고, 엑스포는 엑스포”라며 유치경쟁과는 별개로 두 나라 사이의 경제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