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2호기 수명 연장 첫 공청회, 주민 반발로 무산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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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주민, 개최장소 단상 점거
“일방적으로 진행” 거세게 반대
한수원 “향후 날짜 정해 재개최”

2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한국수력원자력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운전사업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에서 서생면 주민 대표단이 한수원 측과 협의후 공청회 중단을 알리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2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한국수력원자력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운전사업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에서 서생면 주민 대표단이 한수원 측과 협의후 공청회 중단을 알리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마련한 고리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한 첫 공청회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다. 한수원 측은 향후 울산 울주군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 후 재개최 방침을 밝혔지만, 첫 공청회 파행으로 나머지 공청회 개최 여부도 주목된다.

2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수원 인재개발원 대강당. 이날 열리기로 한 ‘고리2호기 계속운전사업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울주군 주민들이 대강당 단상을 점거했다. 버스 20여 대를 대절해 이곳을 찾은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절차 생략하고 주민 동의 없이 진행하는 계속운전 공청회는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공청회 개최 반대를 주장했다.

정이석 서생면주민협의회장은 “고리2호기는 기장군에 있는데 울산 울주군부터 공청회를 진행한다는 것은 울주군 주민을 쉽게 보는 행위”라면서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되는 일방적인 수명 연장을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이어지자 혹시 모를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공청회를 전격 취소했다. 한수원 측은 서생면 주민을 대상으로 계속운전 인허가 신청 절차 등에 관해 설명한 후 날짜를 정해 공청회를 재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수원은 부산의 10개 구·군(금정구, 기장군, 남구, 동구, 동래구, 부산진구, 북구, 수영구, 연제구, 해운대구)과 울산의 5개 구·군(중구, 남구, 동구, 북구, 울주군), 경남 양산시 등 모두 16곳을 대상으로 주민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공청회는 이날 울산 울주군을 시작으로 다음 달 2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개최될 예정이었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추진하면서 주민 수용성을 고려한다고 했지만, 첫 공청회부터 파행돼 실제 여론 수렴은 겉핥기식으로 진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수원은 앞서 두 차례 실시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 공람 또한 주민 대부분이 공람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두 차례 실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5차례 예고된 공청회 또한 한수원의 고리 2호기 ‘묻지 마 수명 연장’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과 탈핵부산시민연대 등은 23일 오후 한수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고리2호기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합동 회견을 열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제공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과 탈핵부산시민연대 등은 23일 오후 한수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고리2호기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합동 회견을 열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제공

윤석열 정부는 2024년 4월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설계수명 만료일이 2024년 9월인 고리 3호기, 2025년 8월인 고리 4호기, 2025년 12월인 한빛 1호기 등도 계속 운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탈핵단체들은 한수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관계자는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한수원이 2021년 4월까지 수명 연장 신청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서 “또 수명 연장 적합성을 판단하려면 주민들도 주기적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검토해야 하지만 여전히 주민에게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광훈 고리원자력본부장은 “공청회는 방사선환경영향 감소방안 등과 관련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항으로 계속운전 결정은 주민 합의와는 무관하다”면서 “공청회를 재개최하기로 한 것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공청회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지역민과의 소통 강화가 필요함에 따른 결정이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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