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통과 전제로 찬성” 국힘 입장 선회로 극적 타결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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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태원 국정조사’ 합의

양측 ‘강경 대치’ 정치적 부담감
여, 정국 주도권 불안감도 작용
오늘 국회 본회의 계획서 표결
예산 정국 돌발 변수 가능성도

국민의힘 주호영(왼쪽 두 번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세 번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여야 합의문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주호영(왼쪽 두 번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세 번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여야 합의문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여야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관련, 진통을 거듭한 끝에 23일 최종 합의안 도출을 성공했다. 경찰 조사가 우선이라며 수용 불가를 고수해온 국민의힘이 ‘예산안 통과’를 전제로 한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정국에 따라 국정조사를 둘러싼 양 측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민주당 9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2인으로 구성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직전 “신속한 강제력을 동원한 수사가 진실을 밝히는 데 가장 좋다고 생각했지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혼자서라도 의결하겠다고 했다”며 “여야가 함께 국정조사를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 생각해 예산안이 처리되고 나면 (국정조사를)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국회는 어떤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사실을 드러낼 것”이라며 “국정조사 준비와 진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수용 불가 원칙을 수차례 밝혀왔다. 경찰 조사 진행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21일 주 원내대표가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선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추진’을 제안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야 3당 주도로 국정조사가 진행될 경우 자칫 정국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야당과 대치 국면이 길어질 경우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비롯, 민생 법안 처리에도 문제가 생겨 자칫 여당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실상 국정조사를 저지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외려 특위에 합류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정부 엄호에 나서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정무적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민주당 또한 여당을 배제한 국정조사 진행에 정치적 부담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과반 의석을 확보,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의 협조를 통해 국정조사 강행이 가능하지만 국정조사 단독 처리는 헌정사에 전례가 없는 까닭이다.

 이처럼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진행되면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당이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를 전제 조건으로 건 만큼 앞으로 예산정국의 향배에 따라 여야의 대치가 다시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임위원회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여야의 충돌은 극에 달했다”며 “예산 법정 처리 기한인 다음 달 2일까지 추가 갈등이 발생할 경우 국정조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여야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표결로 승인한다. 이후 자료제출을 거쳐 예산안 처리 직후 기관보고, 현장검증, 청문회 등 본격적인 국정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여야는 정부조직법과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 공공기관장 등의 임기를 일치하는 등의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정책협의처’를 비롯, △인구위기 특별위원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첨단전략산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여야가 공통으로 공약한 정책과 법안을 입법화하기 위한 ‘대선공통공약추진단’을 운영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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