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형 지산학 협력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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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관’(産學官)은 산업계와 학계, 행정기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흔히 세 분야가 공조하는 다양한 협력 관계를 얘기할 때 쓰인다. 연구기관이 가세할 경우 ‘산학연(硏)관’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각 분야 중 ‘관’이 마지막에 붙은 것은 겸양의 의미로 민간 부문을 앞세웠기 때문일 테다. 민간과 관청을 묶어 ‘민관’(民官)으로 표현하듯이. 공공기관이 민간에 지원과 협력을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는 뜻도 있지 싶다.

산학관 협력은 기업이 대학과 연대한 R&D(연구개발)를 통해 사업화를 위한 기술을 얻고, 대학은 산업계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데 목적을 둔 제도다. 공공기관은 이 사업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산학 협력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일찍이 제조업이 발달한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한 요소가 많다. 산학관 협력은 그동안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반면 협력하기 어려운 영세 기업이 많은 점과 학생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대학의 운영난, 성과가 떨어지는 형식적인 협력 사업 증가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요즘 부산에서는 ‘산학관’은 거의 종적을 감춘 대신 ‘지산학’이란 새로운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단어 맨 앞의 ‘지’(地)는 지방자치단체를 일컫는다. ‘관’에 해당하는 지자체가 종전 협력 사업에서 기계적인 협조 기능에 머문 것과 달리 부산시가 능동적으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협력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이라고 한다. 이른바 ‘부산형 지산학 협력’이다. 이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시는 이를 위해 지산학협력과를 신설하고 부산테크노파크에 지산학협력단을 설치한 뒤 지역 대학과 기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시는 내달 12~14일 벡스코에서 300개 부스와 학술행사로 구성된 ‘지산학 엑스포’도 개최한다.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나서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지역에 맞는 새 협력 모델을 만들고 협력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적극성을 보이는 시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민간과의 소통이 결여된 ‘관’ 중심의 일방적인 협력 사업 추진은 금물이다. 내실 없는 보여 주기식 행정으로 흐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신산업 육성과 양질의 대규모 일자리 확보가 가능하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결실을 거두려면 민간이 책임감을 갖고 협력을 주도하는 분위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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