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 16강 가려면 우루과이 잡아라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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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용 스포츠부장

2002·2010년 16강 진출 1차전 승리 바탕
첫 상대 우루과이 이기면 유리한 고지 올라
역대 월드컵 ‘2패’ 만회하는 설욕전도 기대

‘결전의 날’이 밝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늘 저녁 10시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 편성된 벤투호는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을 차례로 상대한다. 조별리그 1차전 상대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다.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의 목표는 명확하다. 16강 진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이후 12년 만에 다시 노리는 원정 16강 달성이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첫 대결 상대인 우루과이다.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가장 많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나라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첫 출전부터 따지면 통산 11차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11번 치른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에 성공한 건 딱 2번뿐이다. 홈에서 치른 202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각각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거리 응원’으로 상징되는 전 국민의 열광적인 응원은 차치하더라도, 당시 한국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대회 중 가장 좋은 ‘4강 진출’이란 성적을 남겼다.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를 2-0으로 완파한 뒤 2차전 미국전 1-1 무승부, 3차전에선 강호 포르투갈에 1-0으로 이기면서 2승 1무 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이탈리아(2-1 승), 스페인(승부차기 승)마저 연파하고 4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이 두 번째 16강, 첫 원정 대회 16강에 진출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그리스를 2-0으로 꺾었다. 2차전에선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했지만, 3차전 나이지리아전에서 2-2로 비기면서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이 16강 진출에 성공한 두 번 모두 첫 경기를 이긴 공통점이 있다. 2002년, 2010년 모두 첫 단추를 잘 뀄기 때문에 조별리그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이번 월드컵에서도 16강에 오르려면 첫 상대인 우루과이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우루과이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초창기지만 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한 경험이 있고, 본선 무대에서 늘 뚜렷한 성적을 남긴 강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14위로, 한국(28위)보다 훨씬 높다.

무엇보다 한국은 역대 A매치 전적에서 우루과이에 1승 1무 6패로 절대 열세에 놓여 있다. 월드컵에서도 우루과이에 두 차례 발목이 잡혔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조별리그에서 0-1로 졌고, 2010년 남아공 대회 땐 16강에서 맞붙어 1-2로 무릎을 꿇었다.

2010년 월드컵은 특히 아쉬웠다. 경기 내용상으론 한국이 우세했지만, 루이스 수아레스가 두 골을 넣는 맹활약에 석패하고 말았다. 당시 ‘신성’으로 떠오른 수아레스가 이번 대회에선 베테랑이 되어 팀을 이끌고 있다.

한국이 우루과이를 이겨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남미 팀 상대 ‘무승 징크스’를 깨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11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34경기를 치러 6번 승리했다. 유럽 팀 상대로 5승, 아프리카 팀 상대로 1승을 거뒀다. 하지만 남미와 북중미 팀에는 2무 6패로 열세다. 특히 남미 팀에 1무 4패를 당했다. 그중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1986년 1-3, 2010년 1-4)에 2패씩 당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한 남아공 월드컵 땐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덜미를 잡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우루과이는 한국을 비롯한 H조 세 팀 ‘공공의 적’이기도 하다. 가나는 2010 남아공 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을 이기고 올라온 우루과이와 승부차기 끝에 졌고, 포르투갈은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1-2로 져 탈락했다. H조 세 팀 모두 단단히 벼르는 상대가 우루과이인 셈이다.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우루과이의 전력은 2010년 때보다 더 강해 보인다. 베테랑 수아레스와 에디손 카바니에 유럽 빅리그를 휘젓는 ‘신성’ 다르윈 누녜스와 페데리코 발베르데 등 신구 조화가 어느 때보다 좋다는 평가다. 한국으로선 결코 쉽지 않은, 버거운 상대임이 분명하다.

관건은 벤투 감독과 4년간 손발을 맞춰 온 한국 대표팀이 ‘자기 색깔’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다. 상대의 강한 압박과 빠른 패스 플레이에 흔들리거나 당황하지 않고 ‘벤투식 축구’를 얼마나 구사하느냐가 16강 목표 달성의 열쇠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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