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낙하산 벗어날 때”… 지역 잘 아는 인물 절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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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회장 선임 또 ‘관치 그림자’
창립 후 ‘관치 인사’ 3명 수장 올라
모피아 출신 ‘수도권 우선주의’ 성향
BNK 노조도 기재부 인사 강력 반대

지난 2017년 8월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지완 회장의 최종 후보 선정이 진행되자 부산은행 노조가 조합원 총회를 갖고 ‘낙하산 인사 저지‘를 주장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 2017년 8월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지완 회장의 최종 후보 선정이 진행되자 부산은행 노조가 조합원 총회를 갖고 ‘낙하산 인사 저지‘를 주장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출신의 ‘모피아’ 인사들이 BNK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역 대표 금고인 BNK금융에 또 다시 ‘관치 금융’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BNK금융은 창립 이후 정부 출신이거나 정부와 밀접한 인사가 수장이 된 경우는 모두 3차례였다. 이번에도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최종 후보군에 오를 경우 ‘낙하산 인사’라는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이 총자산 150조 원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지역 현안을 잘 알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


■BNK금융 ‘관치 인사’ 3명

올해 설립 55주년을 맞은 BNK부산은행과 BNK금융에 정부 부처 출신이거나 정부의 입김이 닿은 인사가 수장으로 취임한 ‘관치 인사’는 총 3번이다. 1999년 취임한 김경림 제 8대 부산은행장과 2000년 취임한 심 훈 제 9대 부산은행장, 그리고 2017년 취임한 김지완 전 BNK금융지주 회장이다.

앞서 행장을 역임한 김 전 행장과 심 전 행장은 정부 부처 출신의 외부 인사이다. 김 전 행장과 심 전 행장은 각각 금융감독원(금감원)과 한국은행 출신이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여파로 국내 은행들이 위기에 처했던 시절에 부산은행이 ‘구원 투수’로 모셔온 행장이다. 당시에 부산은행은 정부의 구제 금융이 절실했으며, 정부 역시 경제를 안정화하기 위해 은행을 직접적으로 관리해야했다. 이 같은 이해 관계가 맞물리면서 부산은행은 정부 지원을 받고, 정부는 은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서로 ‘윈윈’ 차원에서 정부 인사를 수장으로 골랐다. 그 뒤를 이은 이장호 전 회장과 성세환 전 회장은 내부 승계를 통해 수장에 올랐다.

그러나 2017년 외부 인사인 김 전 회장이 BNK금융의 최종 후보로 물망에 오르자 잡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던 것이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정부 출신 인사는 아니지만 부산상고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문이자 대표적 친정부 인사로 알려져 있었다. 또 부산은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외부 인사였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IMF와 같은 경제 위기가 없고 BNK금융 역시 ‘탄탄대로’에 있다 보니 굳이 정부 인사가 올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친정부 인사인 김 전 회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자, BNK노조와 지역 사회는 ‘관치 금융 인사’라며 김 전 회장의 취임을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김 전 회장은 취임했으나 결국 ‘금융’을 ‘정치’로 변질시켰다는 비난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김 전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 내 주요 보직과 사외 이사 자리에 참여 정부 인사를 배치하면서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며 갈등이 빚어졌다.

문현금융단지 내 BNK부산은행 본점 전경. 부산일보DB 문현금융단지 내 BNK부산은행 본점 전경. 부산일보DB

■‘관치 인사’ 이뤄지면 지역만 피해

정권의 힘을 업은 기재부 출신이 BNK금융의 차기 후보로 거론되자, ‘‘모피아’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떠나 민간 기업에 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는 비난이 벌써부터 나온다. 모피아 출신 대다수는 ‘수도권 우선주의’ 성향을 보이다 보니 지역보다는 서울과 수도권을 우선순위에 두는 ‘서울 바라기’ 경향을 보인다. 지역 경제나 금융 등 지역 사정을 잘 모르거나 외면하면서 지역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시민들은 지역에 맞는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해 ‘공룡’인 시중은행의 독점에 피해를 입거나 제2금융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또 모피아 출신이 올 명분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BNK금융은 자본이 150조 원에 이르는 튼실한 기업인 데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정도 위기에 처한 기업이 아니다. 따라서 예전처럼 ‘정부 도움을 받기 위해 굳이 정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억지’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금감원이 ‘김 전 회장의 자녀 의혹’과 관련해 BNK금융 계열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까지 벌인 상황에서 모피아 출신 인사들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외압 인사 의혹’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모피아 출신 후보 강력 반대

모피아 출신 인사들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자, BNK부산은행 노조와 지역 사회는 ‘낙하산 관치 인사’라며 강력 반대한다.

BNK부산은행 노조 관계자는 “모피아로 알려진 기재부 인사가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쾌하고 거부감이 느껴진다”며 “기재부 인사가 회장에 취임하는 것이야말로 관치 금융의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막겠다”고 말했다.

BNK부산은행 노조 측은 다음 달 중순 BNK금융 차기 회장의 1차 후보군이 확정될 시점에 ‘관치 금융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BNK금융의 차기 회장직에는 우선 지역 현안을 잘 알고 이미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BNK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이 적절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한편 현재 BNK금융 차기 후보군으로는 CEO 내부 후보 9명과 자천타천으로 외부 후보 4~5명이 거론된다.

현재 내부 후보군은 내부 승계 규정에 따라 지주 사내이사 겸 자회사 대표인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를 비롯해 최홍영 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김영문 BNK시스템 대표,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김상윤 BNK벤처투자 대표 등 9명이다.

또, 외부 후보군은 그동안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안효준 전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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