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암 환자 비율 압도적으로 높은 건 물 문제 탓 아닌가”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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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낙동강 맑은 물 포럼]

“물 문제는 생명문제” 한목소리
낙동강 하류 수질 개선 하세월
구조적 문제만큼 정책 잘못 커
시·정치권 개선 노력 아직 부족
시민 목소리 계기 공론화 필요

28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일보사 주최 ‘2022 낙동강 맑은물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8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일보사 주최 ‘2022 낙동강 맑은물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8일 열린 ‘2022 낙동강 맑은 물 포럼’에서 주제 발표 뒤 이어진 토론은 주제 발표보다 훨씬 뜨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맑은 물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토론자들의 미묘한 입장차를 확인할 수도 있었고, 동시에 맑은 물에 대한 뜨거운 갈증은 모두가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론은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주제 발표를 한 부산연구원 도시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 백경훈 박사 외에도 양재생 은산해운항공그룹 회장,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 신성봉 부산시 맑은물정책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앞서 발표 시간에 백경훈 박사가 “22조 원이 투입됐지만 (낙동강 수질 개선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고 비유한 것에 대해, 강호열 대표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강 대표는 “낙동강 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측면에서는 동의하는 지점이 있지만 수많은 대책과 정책이 적절하지 못했던 것은 결과가 아닐까”라고 백 박사에게 반문했다. 백 박사가 낙동강 하류 수질 개선이 어려운 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 잘못된 정책도 수질 개선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백 박사는 “그동안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중심으로 수질오염총량제가 진행됐고 개선효과도 봤다”며 “하지만 부산 지역에선 난분해성 물질을 포함시키는 TOC(총유기탄소량)물질 관리가 필요했는데, 그동안 대응아 미흡했다”고 답했다.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책 오류 등도 낙동강 하류 수질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강 대표는 시민단체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물환경정책 이원화나 취수원 다변화 등이 결코 만만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대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의 결단에도 풀지 못했던 것이 물 문제”라며 “취수원 다변화를 통한 물량 확보가 된 것처럼 이야기가 됐지만, 사실 아직까지 요원하다”고 말했다.

또 취수 지역의 동의, 시민사회 내 이견 등 취수원 다변화 정책이 실현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부산시와 정치인은 물 문제에 절박하지 않은 것 같다”며 관과 정치권의 낙동강 수질 개선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부산시 신성봉 과장은 취수원 다변화와 관련해 “이 사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라며 “(취수 지역과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서 이달 30일 첫 회의 개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시 차원의 취수 지역 지원 방안 등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 등 취수원 다변화 성사를 위해 시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김좌관 교수가 제안한 고효율 인공습지조성 등 환경친화적 방식에 대해서 “회동수원지와 낙동강 유입수 지역에 자연정화 방안을 도입하면 비용 절감 될 수 있고, 부산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전적으로 공감하며, 앞으로도 많은 조언을 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토론 과정에서 방청객들의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이는 양재생 회장이었다. 그는 시민의 입장에서 식수의 불안감을 과감하게 표현했고,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매우 강한 톤으로 호소했다. 양 회장은 “부산에 암환자 비율이나, 규명되지 않은 악성질환자 발생이 압도적으로 타시도 많은데, 역시 그 이면에 물 문제가 있다”며 “부산 시민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것이 매우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물 문제는 곧 생명의 문제”라며 “생명 문제를 소홀히 다룬다면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물문제 만큼은 부산 시민이 똘똘 뭉쳐야 하고 양보하면 안된다”며 “정치하는 이들도 물문제 외면하면 심판 받을 것이다”고 말했고, 방청객들은 박수를 쏟아냈다.

좌장을 맡은 김좌관 교수는 “양재생 회장을 비롯해 토론 참석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발언을 해 인상 깊은 시간이 되었다”며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다듬어져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일보>는 이번 포럼을 기점으로 안전한 식수원 확보와 낙동강 수질 개선에 대한 시민 염원을 공론화할 수 있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질 계획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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