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지키기’ 지분 매입… 시·상공계, 눈치 보기로 하세월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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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합병 연내 결정
대한항공, LCC 본사 김포 밝혀
통합본사 부산 유치 물 건너가
부산 상공계 지분 16% 불과
분리매각 위해 추가 매입 필요
주가 3개월 새 배 가까이 뛰어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미래를 가를 분리매각 문제를 놓고 부산시와 상공계가 이견이 갈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해공항에서 이륙하는 에어부산 항공기. 부산일보DB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미래를 가를 분리매각 문제를 놓고 부산시와 상공계가 이견이 갈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해공항에서 이륙하는 에어부산 항공기. 부산일보DB

오는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방문을 시작으로 부산시가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막판 스퍼트에 돌입한다. 세계박람회가 부산의 미래 먹을거리와 고민을 일거에 해결할 ‘만능열쇠’로 떠오르면서 모든 관심과 역량이 그리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다. 가덕신공항 건설과 함께 시가 가열차게 이슈 몰이를 하던 LCC(저가항공사) 통합본사 유치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심지어 시와 상공계는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처분을 놓고도 이견을 보인다. 상공계와 항공업계는 LCC 통합본사의 부산 유치는 사실상 물을 건너갔다는 반응이다.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대한항공은 공공연히 에어부산과 진에어, 에어서울을 통합해 본사를 김포공항으로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아시아나 인수에 맞춰 김포공항에 있는 본사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대한항공이다.


상공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에어부산을 아시아나에서 분리매각시켜 거점항공사라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사 LCC 통합본사 유치가 불발되더라도 최소한 가덕신공항을 모항으로 쓰는 지역 항공사는 지켜야 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에어부산의 최대주주는 41.89%의 지분을 가진 아시아나지만 산업은행이 채권은행으로 처분 권한을 갖고 있다. 한때 50%를 넘었던 부산 주주들의 에어부산 지분은 유상증자 등을 거치면서 16%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그만큼 발언권도 줄었다. 부산 상공계는 지분율을 높여 에어부산을 지역에 붙들어 두려 하지만 시와 산업은행의 협상이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가 정무적인 접근으로 산업은행과의 협상을 거쳐 에어부산을 매물로 내놔야 투자를 안심하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산의 상공계 원로는 “한진해운이 엎어져서 그 후폭풍을 부산이 다 맞았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최소한 지역 거점항공사는 어떻게 해서든 부산에서 확보를 해야 한다”며 “시가 산업은행과 협상해 에어부산을 매물로 내놓도록 유도해야 상공인들이 그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역 주주사도 “시가 주주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어느 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겠냐’고 직접적으로 묻긴 했는데 지금 에어부산이 부산기업으로 남을지, 서울기업으로 떠날지 확정도 안 난 상황에서 누가 수백억 원씩 투자를 하겠느냐”며 “부산 주주사의 공동입장이라도 한번 정리하는 자리가 있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년에 걸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인수합병 성사 여부는 연내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에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시의 표면적인 입장은 코로나 직후라 국제항공노선 회복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인수합병이 결정이 나야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부산 상공계가 먼저 지분 확보를 위한 투자액 등 가시적인 안을 내놓지 않아 나설 수 없다는 뜻도 내비쳤다.

시 공항기획과는 “코로나로 항공사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이고 인수기업도 나서지 않아 지켜봐야 한다”며 “에어부산을 지역 거점항공사로 분리매각하는 것도 우리가 가진 대안 중 하나지만 당장 나서는 기업이 없는데 분리매각을 요구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부산의 사정과 다르게 항공업계는 관광 수요가 폭발해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10년, 혹은 100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알짜 노선이 쏟아지면서 일부 LCC는 중장거리 노선 비행기를 도입해 체급 높이기에 들어갔다. 그 사이 에어부산은 무관심 속에 인수합병의 향배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는 태평한 부산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다. 대구시는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아직 제정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해 서울에 있던 티웨이항공 본사 대구 유치를 위해 MOU(양해각서)를 맺고 지역 거점항공사로 못을 박아버렸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일본 관광 붐으로 에어부산의 실적도 대폭 개선되면서 시가총액은 배 가까이 뛰었다. 1%라도 지분을 더 확보해 분리매각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지분 확보 골든타임이 지난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재원 신라대 항공대학장은 “지금 대구만 봐도 군공항 이전 속도를 내면서 거점 항공사부터 확보하고 있는데, 시는 시민 세금으로 지분까지 갖고 있는 알짜 부산 기업이 김포공항으로 날아갈 상황인데도 크게 위기감이 없다”고 꼬집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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