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슈거’ 열풍, 탄산 이어 소주·커피까지 번진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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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처음처럼 새로 누적 1억 병
제로슈거 소주로 1위 진로 위협

스포츠·비타민음료도 제로 열풍
시장규모 5년 만에 2.4배 커져
액상커피도 잇단 제로슈거 출시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며 ‘제로슈거’ 음료 열풍이 주류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 고객이 마트에서 제로슈거 음료를 살펴보는 모습. 롯데칠성음료 제공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며 ‘제로슈거’ 음료 열풍이 주류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 고객이 마트에서 제로슈거 음료를 살펴보는 모습. 롯데칠성음료 제공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인기를 끈 ‘제로슈거’ 음료 열풍이 주류와 커피까지 확산하고 있다. 과당 대신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 ‘살 덜 찌는 음료’라는 인식이 소비자 지갑을 열게 했다. 이에 식음료업계 다양한 제로슈거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주류도 제로가 대세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달 소주 ‘처음처럼 새로’ 누적 판매량이 1억 병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처음처럼 새로는 업계 최초로 지난해 9월 제로슈거 소주로 출시돼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9000만 병을 넘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롯데 측은 당초 올 중순 정도로 예상했던 1억 병 돌파 시점이 2개월 정도 앞당겨졌다고 본다.

이에 롯데는 이번 달 처음처럼 새로 640mL 페트 신제품을 내놨다. 롯데 측은 이번에 출시한 페트병 신제품은 가게 등에서 팔렸던 유리병 제품(360mL)보다 가정이나 캠핑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인기를 끌 것이라 예상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희석식 소주는 주정에 물을 섞은 뒤 과당을 넣어 만드는데 새로는 과당을 천연 감미료(에리트리톨)로 바꾼 제로슈거 소주다. 주류업계에선 새로의 흥행 덕에 롯데칠성음료가 소주시장에서 5% 내외 점유율을 추가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점유율은 하이트진로 65%, 롯데칠성 15% 수준이다.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도 올해 1월 ‘진로 제로슈거’를 내놓으며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알코올 도수는 기존 진로보다 0.5도 낮춘 16도로 조정했고 열량도 10kcal 낮은 320kcal로 맞췄다.

주류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외부 활동이 줄면서 ‘덜 나쁘고 덜 살찌는 제로슈거 열풍'이 음료에서 주류까지 확대한 것으로 분석한다. 올해부터 확대된 ‘주류 열량 자율표시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소주 업체는 제품에 영양성분을 표시해 낮은 열량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펩시 제로 슈거 라임. 롯데칠성음료 제공 롯데칠성음료의 펩시 제로 슈거 라임. 롯데칠성음료 제공

■제로 열풍은 탄산부터

일반 음료시장에서도 제로슈거 열풍은 계속 확대하는 추세다. 2006년 국내에 ‘코카콜라 제로’를 선보이며 제로 열풍을 촉발한 코카콜라사는 최근 걸그룹 뉴진스와 협업한 CM송 ‘Zero’를 공개하며 제로슈거 탄산 시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칠성사이다, 파워에이드, 맥콜, 밀키스, 2% 부족할 때, 비타500 등의 기존 음료들도 제로슈거, 제로칼로리로 재단장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제로슈거 음료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제로음료 시장 규모는 2189억 원에 이른다. 2016년 903억 원에서 5년 만에 2.4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엔 3000억 원 규모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한다.

동아오츠카의 ‘나랑드 사이다’의 매출도 몇 년 새 급성장 중이다. 2017~2019년 매해 약 20%씩 신장하던 매출이 2020년 110% 뛰었다. 2021년에는 91%, 2022년 40%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제로음료 시장이 커지자 철수했던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2011년 ‘칠성사이다 제로’를 선보였다 판매 부진으로 생산을 중단했지만, 10년 뒤인 2021년 재출시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선발매한 ‘밀키스 제로’는 1시간 만에 품절 사태까지 빚었다.

액상커피도 제로 버전이 대세다. 코카콜라사는 ‘조지아’ 열량을 기존 제품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재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로 단맛을 낸 ‘칸타타’ 제로슈거 버전을 이번 달 출시했다.

이처럼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음료 제조 기술의 발전 덕이다.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감미료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탄산음료에 가까운 맛을 구현할 수 있게 됐고, ‘제로음료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바뀌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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