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미국 전기차 보조금 대상서 제외 ‘점유율 초비상’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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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세액공제 혜택 차종 발표
"북미 조립 차량 최대 7500달러 지원"
자국 제조사 4곳 16개 모델만 선정
한국·일본 등 외국 완성차업체 배제
현대차그룹, 현지 공장 조기 완공 등 추진

미국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발표한 세액공제 대상 전기차에서 현대차그룹 모델들이 빠져 미국 시장 확대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의 앨라배마주 공장 라인. 현대차 제공 미국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발표한 세액공제 대상 전기차에서 현대차그룹 모델들이 빠져 미국 시장 확대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의 앨라배마주 공장 라인. 현대차 제공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발표한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제외돼 국산차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은 세액공제 대상에 리스 차량이 포함되지 않아 이 부분 시장 확대에 집중하면서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전기차·배터리 합작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17일(현지 시간)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16개 전기차(하위 모델 포함 22개) 대상 차종을 발표했다. 대상 전기차 명단에는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를 비롯해 쉐보레 ‘볼트’와 ‘이쿼녹스’, 포드 ‘E-트랜짓’과 ‘머스탱’,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등 미국 제조사 차량만 이름을 올렸다. 당초 40개를 넘었던 혜택 대상은 대폭 축소됐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조립되는 현대차 ‘GV70’의 경우 이번 세부 요건 발표 이전에는 공제 대상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세액공제 대상은 모두 미국 4개 업체가 생산하는 모델이다. 한국과 일본 등 외국 완성차업체는 모두 배제됐다"면서 "결국 IRA가 미국 기업을 위한 법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미국의 자국산 밀어주기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테슬라 모델3·모델Y 등이 수백만 원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IRA는 법 조항에서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한 세부지침에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 하더라도 올해의 경우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 미국이나 FTA(자유무역협정)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가 각각 지급되도록 했다.


기아의 조지아주 공장 전경. 기아 제공 기아의 조지아주 공장 전경. 기아 제공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점유율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5’와 ‘EV6’ 등이 전 세계 주요 자동차상을 휩쓰는 등 한껏 고무된 상황이지만, 이번 IRA 공제 대상 제외 때문에 성장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세계 전기차 점유율은 4.7%로 전체 6위를 기록했다. 핵심 판매 지역인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은 1~3월 5.8%로 전년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전기차 업체도 공제 혜택을 못 받는 건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경쟁에서 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단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으로 짓는 전기차·배터리 합작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완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조립하는 GV70 배터리(중국산)를 북미산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협업해 IRA 배터리 요건을 맞추는 작업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IRA 세부 지침상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되는 전기차는 북미 현지 조립 등의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제네시스의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리스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항구 원장은 "현대차그룹이 리스 시장으로 눈을 돌리겠다고 했지만 리스·렌탈업체가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를 얼마나 구매할 것인가가 문제다. 가격 인하 등의 혜택을 줘야 공략할 수 있다"며 "이번 공제 대상을 보면 픽업과 SUV가 대부분이다. EV6와 아이오닉 모델의 경우 미국에서 경쟁이 덜한 만큼 이 부분에 주력하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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