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통합어린이집 치료사 지원 ‘감감’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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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자체 보조 없어 애로
사상구 폐원 유아 도움 못 받아
신체·발달 성장 등 아쉬움 지적
타 지자체 파견 조치와 대조적

부산 사상구 한 장애아통합어린이집 모습. 손혜림 기자 hyerimsn@ 부산 사상구 한 장애아통합어린이집 모습. 손혜림 기자 hyerimsn@

부산 지역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다니는 장애아통합어린이집에 치료사 채용을 위한 인건비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치료사 부재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오는데, 지자체는 정부 지침 부재·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지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4일 부산시와 구·군 등에 따르면 부산지역 장애아통합어린이집에 언어치료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치료사 인건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2023년 보육사업안내 지침에 따르면, 장애아동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어린이집의 경우에는 아동 9명 당 치료사 1명에 대한 인건비가 100% 지원된다. 반면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보육을 받는 통합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치료사 지원의 근거가 없다. 부산에서는 통합어린이집 치료사에 대해 근무환경개선비와 특수근무수당만 지원된다. 2022년 12월 기준 부산 전체 어린이집 치료사는 49명이지만, 치료사 고용이 필수인 장애아전문어린이집에 근무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장에서는 전문 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자폐나 지적장애 등으로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에게 언어치료 등 개입이 이루어지면, 향후 성장과정에서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치료를 받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다니거나, 지역 복지관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인데 바우처 이용 희망자가 많은 터라 긴 기다림 끝에 진료를 받기도 한다.

지난 3월 법인 대표의 보조금 횡령으로 폐원한 사상구 장애아전문 A 어린이집을 다니던 원아들은 인근 장애아통합어린이집으로 옮겼다. 횡령으로 부실한 급식을 먹었던 아이들은 새 어린이집에서 영양 섭취가 늘며 키가 더 자라기도 하고, 교사들의 따뜻한 손길에 눈맞춤이 늘기도 했다.

아이들은 다행히 보살핌 덕에 건강하게 자라고 있지만, 전문어린이집만큼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폐원한 장애아전문 A 어린이집에는 치료사 2명이 직원으로 일했다. A 어린이집에서 온 아이들을 보육하는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의 한 교사는 “대소변 가리기나 편식 문제가 점점 해결되는 걸 보면, 아이들이 발달을 안 한 게 아니라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치료사가 계시기만 한다면, 언어발달에 대한 개별화 교육도 가능할 것 같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A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한 학부모는 "통합어린이집으로 전원한 뒤 치료사 지원같은 행정적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 엄마들이 사설 업체를 알아보고 회당 4만 원 수업을 듣기도 한다"며 "정책적 도움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더 나은 삶을 사는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 한 장애아통합어린이집 모습. 손혜림 기자 hyerimsn@ 부산 사상구 한 장애아통합어린이집 모습. 손혜림 기자 hyerimsn@

통합어린이집에 대한 치료사 인건비 지원은 아직 논의 단계조차 오지 못했다. 어린이집에서 직접 지자체에 치료사 지원을 건의하기도 하지만, 지자체는 선뜻 지원하겠다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어린이집 내 공간이 치료사의 개별 수업이 가능할 정도로 여유롭지도 않고, 구인난도 한계라고 꼽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급여 수준이 나은 유치원에 고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지침에도 근거가 없어 현재로서는 논의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타 지자체에서는 통합어린이집에 대한 치료사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인천시는 통합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치료사에 대해서도 아동 9명당 치료사 1명분의 월급을 전액 지원한다. 또 인천 서구청은 2020년부터 현원 기준을 미달하는 장애아통합어린이집에 대해 구 육아종합센터에서 고용한 치료사를 파견한다. 시 지침상 현원을 충족하지 않는 어린이집의 장애아동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촘촘한 대책을 세운 것이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는 “어린이집 자체 채용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원래는 파견 치료사가 5명이었는데 올해는 7명 정도로 늘렸고, 장애아통합어린이집 20곳 중 치료사가 없는 16곳에 대해 치료사를 지원한다”고 전했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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