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차 1.75%P 역대 최고치… 한은, 깊어지는 고민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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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
한은, 오는 25일 ‘동결’에 무게
경기 둔화·금융 불안 우려 영향
외국인 투자금 유출 압력이 변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0.25% 포인트(P) 올려 미국 기준금리는 연 5.00~5.25%가 됐다. 이날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대체로 예측해 왔던 일이지만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역대 최고치인 1.75%P까지 확대된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해야 할지 고심이 깊어지게 됐는데 시장에서는 대체로 ‘동결’에 무게를 더 싣는 분위기다.

■“미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

미 연방준비제도는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올린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인상까지 합해 지난해 3월 이후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연준은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딱 부러지게 말하지는 않았다. 본래 연준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해선 극도로 정제된 표현을 쓴다.

연준은 “누적된 긴축과 경제 상황의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누적된 긴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것이라는 점을 알렸다. 일단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톤을 좀 높였다.

그는 아직 기준금리 동결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당분간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동결에 관한 결정은 오늘 내려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FOMC 회의 때마다 미래의 경제 데이터에 기반해 그때그때 정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는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즉 금리 동결은 있을 수 있지만 금리 인하는 아직 아니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시장은 실망한 분위기다. 최근 미국 중소규모 은행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졌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연준이 좀 더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한은, 인상보다 ‘동결’에 무게

한국으로선 미국이 또 금리를 올리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의 자금 유출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리는 3.50%다. 하지만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인상보다는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까지 내려온데다 0% 가까운 분기 성장률이 이어지는 상황에 금리를 올리면 경기 둔화 추세와 금융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단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한은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의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크다.

하지만 환율과 외국인 자금 동향에 큰 변화가 없다면 현재로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 크다.

다만 금리 결정까지 3주가 더 남았다.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치솟거나 외국인의 투자금이 빠르게 유출될 경우 한은 역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여러 차례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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