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은 맞다”… 미국 법원, 트럼프 성비위 최초 인정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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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뉴욕 백화점 탈의실 사건 판결
재판서 패소해 배상금 500만 달러 내야
트럼프 “역대급 마녀 사냥·항소하겠다”
내년 대선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도덕성 기대 안 높아 영향 제한 관측도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민사 소송 현장을 표현한 삽화. 판결이 나오자 변호사가 진 캐럴의 등을 다독이는 모습을 그렸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민사 소송 현장을 표현한 삽화. 판결이 나오자 변호사가 진 캐럴의 등을 다독이는 모습을 그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용으로 돈을 건넨 성비위와 관련해 형사 기소(부산일보 4월 3일 자 14면 등 보도)된 데 이어 이번에는 그가 과거에 또 다른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내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리턴 매치’가 유력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또 다른 악재가 터졌지만,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CBS 보도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패션잡지 칼럼니스트 진 캐럴(79)을 백화점 탈의실에서 성폭행한 혐의와 관련된 민사 소송에서 패소했다.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에게 500만 달러(약 66억 원)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에게 “여성인 친구 속옷 선물을 고르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함께 속옷 매장으로 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에게 속옷을 입어 봐 달라고 했고, 캐럴은 거절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강제로 탈의실에 밀어 넣은 뒤 성폭력을 했다는 게 캐럴의 주장이었다. 배심원단은 캐럴이 이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하고,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성폭행 의혹 공방 소송의 원고인 패션잡지 칼럼니스트 진 캐럴(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성폭행 의혹 공방 소송의 원고인 패션잡지 칼럼니스트 진 캐럴(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배심원들이 법정에서 떠나자 캐럴의 변호인은 캐럴을 껴안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증언하지 않은 것은 물론 출석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이 여자가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이 판결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며,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마녀사냥의 연속이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또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판결 관련 동영상을 올리고 “불명예스러운 일” “사기”라고 비판하며, 그와 법률팀이 “이 판결에 항소할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다양한 성비위 의혹을 받았고 소송도 수차례 당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6년 미국 대선 직전 성인물 배우와의 성관계 사실을 입막음하기 위해 돈을 주고 회사 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돼 미국 역사상 첫 번째로 형사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현지 매체는 이번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적 비위와 관련, 법원이 그에게 처음으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성추문 입막음 재판을 비롯해 대통령 재직 시절 기밀문서 유출 의혹, 2020년 대선 조지아주 개표 결과 개입 의혹, 의사당 폭동사태 사주 의혹 등에다 이번 판결까지 더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행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대해 유권자의 기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성추문이 선거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뉴욕 맨해튼지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자 그의 지지자들이 결집해 공화당 대선 후보 1위로 오르기도 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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