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셔틀외교 복원 한·일… 외신 “기시다 표현, 부족해도 의미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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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서울 개최 정상회담 보도
“가슴 아프다” 기시다 발언 주목
“구체성 결여에도 책임감” 평가
한 대기업, 일 소재 기업에 기회
중국 언론 “미국이 짜 놓은 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서울 답방으로 한·일 두 나라 관계 정상화에 속도가 붙자 외신도 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서울 답방으로 한·일 두 나라 관계 정상화에 속도가 붙자 외신도 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부산일보 지난 8일 자 1면 등 보도)을 가졌다. 셔틀외교 복원을 두고 외신도 한·일 과거사 문제부터 경제협력 등을 보도했다. 일부 외신은 두 나라 과거사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부각시키며 한·일 역사 분쟁 해소 가능성에 초점을 둔 반면, 중국 언론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처럼 한·일 관계 개선이 ‘중국 견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일 관계 개선 책임감 보여줘”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윤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기사다 총리의 표현에 주목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를 두고 사견임을 전제로 “당시 혹독한 환경 아래 다수의 분들께서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3월 일본 방문 때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했다. 그후 윤 대통령이 일본에 일방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는 한국 내 인식 속에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관련 발언이 관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가디언은 “일본 정부는 식민 시기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를 여러차례 표명했다”면서도 “일부 일본 관리나 정치인들이 일본의 전시 침략 행위를 미화하는 발언을 해 한국은 일본이 새롭고 더 진실된 사과를 할 것을 촉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화여대 국제학과 레이프 에릭 이슬리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일제강점기 때 고통받은 한국인들에 대한 그의 발언은 역사적 가해 사실과 희생자들을 향한 사과가 구체적이지 않아 비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슬리 교수는 “기시다 총리는 한국 현충원을 참배했고 그의 진심 어린 견해, 과거에 대한 존중, 그리고 현재의 세계적 도전에 대한 인식은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국 대기업·일본 소재산업 상생”

일부 외신은 기시다 총리가 서울을 답방함에 따라 한·일 관계 정상화에 속도가 붙자 두 나라의 경제협력도 탄력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지난 11일 ‘칩(반도체)·에너지로 가는 한·일 파트너십 펀드’ 보도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와 같은 한국의 우수한 기업과 일본의 유명한 재료·장비들이 매우 잘 어울릴 것이다”며 “일본과 한국의 협력이 따라야 할 본보기로 동아시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는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일본경제인단체연합회) 회장의 발언을 전했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한·일 관계 개선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반도체 패권전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미 행정부는 다양한 최첨단 기술 부문에서 중국의 발전을 막기 위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도록 우방국들에 요청해 왔다”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반도체 분야 협력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은 한·일 두 나라의 해빙 무드가 미국의 강요로 이뤄졌다고 평가절하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한·일 양국 관계의 ‘워밍업’은 배후에서 미국이 밀어붙인 결과에 가깝다”며 “역사 분쟁 갈등이 오히려 악화돼 이번 외교적 워밍업에 대한 한국 내 지지가 결여될 전망이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중국과 미국 사이 전략게임이 심화된 가운데 미국은 동맹인 한·일을 결집해 아시아·태평양 버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구축할 계획이다”며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미국의 목표가 앞당겨졌다”고 경계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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