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내가 어떻게 해 주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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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다루는 관찰 예능이 다양해졌다. 육아 예능을 시작으로 가상 결혼, 실제 부부 관찰 예능, 가족 내 문제를 다루는 예능까지 개수가 많아졌고 대중들은 사람들의 생활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에 둔해지기 시작한 듯하다. 모든 사람이 다 타인의 생활 들여다보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유행이라는 건 무서워서 방송사들은 저마다 관찰 예능 한두 개쯤은 진행 중이다.

요즘 뜨는 관찰 예능 중에 부부 관계를 쉬고 있는 섹스리스 부부에 관한 것이 있다. 부부 사이의 섹스가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이고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저마다 이유는 다 있다. 익숙해져 버린 패턴, 먹고사는 고단함에서 오는 낮은 성욕, 원하는 바가 다른 것에서 오는 불만족 등 각각 다른 이유로 잠시 멈춤(?) 상태다. 이 잠시 멈춤을 다시 시작의 상태로 만들지, 계속 멈춤의 상태로 유지할지는 두 사람의 몫이다.

다시 시작하려는 많은 커플에게 해 주고픈 말이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가이드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치기 바란다. 가령, 여성은 전희가 중요하고 후희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또 여성은 오르가슴에 도달하기까지의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상당히 많은 여성이 긴 전희 시간을 지루해하기도 하고 빠른 본 플레이를 원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희 과정의 생략이 더 큰 흥분을 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전희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남성의 경우 발기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기도 하다. 물론 여기저기서 들은 가이드는 많은 사람의 데이터와 생리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언급된 만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내 파트너의 요구나 성향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섹스에 있어서 알려진 많은 가이드는 여성에게 맞춰져 있다. 남성에겐 어떻게 해 주는 게 좋은지 여성도 남성과 같은 노력의 발맞춤이 있어야 한다. 그런 노력을 부끄럽거나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으니 그런 마음을 접어 두고 시작하자! 물론 이것 역시 내 파트너의 요구가 우선인 게 맞지만 일반적인 가이드도 파트너의 요구도 스스로 노력해서 알아내야 한다.

남자의 가사노동과 육아를 ‘도와준다’라고 인식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처럼, 부부의 섹스도 ‘한번 해 줘야지’하는 인심 쓰는 식은 옳지 않다. 만약 지금껏 그런 생각으로 섹스를 했다면 행복한 섹스를 하지 못하고 해치운 섹스를 한 것이다.

연차가 오래된 커플일수록 자신들만의 필살기를 만들거나 찾으려고 해야 한다. 20대에 만나서 불타올랐던 방식이 지금도 먹히기엔 시간이 흘렀다. 또 주변에서 듣고 알게 된 정보도 생겼고 긴 쉬는 시간 동안 나 홀로 즐기는 방법도 터득한 우리에겐 서로가 원하는 게 뭔지 물어봐야 알 수 있는 때가 왔다. “당신은 내가 어떻게 해 주면 좋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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