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매출’ 동부산 특급호텔, 지역 상생에는 ‘인색’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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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호텔.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호텔.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해운대구와 기장군 등 동부산 5성급 특급호텔들이 지역 관광업계와 상생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코로나 팬데믹 3년 차인 지난해 ‘호캉스’ 수요가 몰리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정작 부산관광협회에 가입조차 하지 않거나 수천만 원씩 회비를 미납하고 있다. 지역관광업계는 “수도권에 본사를 둔 특급호텔들이 돈은 부산에서 벌면서 지역 환원에는 인색하다”고 꼬집는다.

10일 부산관광협회에 따르면, 부산지역 5성급 특급호텔 8곳 중 회원사는 4곳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2017년 문을 연 기장군 ‘아난티 힐튼 부산’은 아예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아난티는 이달 중 인근에 리조트 ‘빌라쥬 드 아난티’와 ‘아난티 앳 부산 호텔’을 추가 개장한다. ‘아난티 힐튼 부산’과 리조트 ‘아난티 코브’의 성공에 힘입어 부산에 초대형 아난티 타운을 조성하지만, 관광협회 가입은 외면해 지역 관광업계의 시선이 따갑다.

2020년 각각 개장한 해운대구 ‘그랜드 조선 부산’과 ‘시그니엘 부산’ 역시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2016년 가입한 ‘파크 하얏트 부산’은 올해 협회에서 탈퇴했다. 파크 하얏트 부산은 2018년부터 회비를 내지 않아 미납금만 약 4100만 원에 달한다. 1982년 가입한 해운대구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의 경우 2020년 이후 회비를 내지 않아 현재까지 미납금이 4200만 원이 넘는 상태다.

관광협회는 관광숙박업, 여행업, 관광편의시설업 등의 관련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한다. 전국 대부분 권역별로 운영하고 있다. 부산관광협회의 경우 여행업 500여 곳, 관광편의시설업 150여 곳, 관광숙박업 43곳 등 총 800여 곳의 회원사가 있다. 회원사는 분기별로 협회에 회비를 납부한다. 회비는 업종별로 최소 10여 만 원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5성급 호텔의 경우 100만~200만 원가량을 낸다. 협회는 회비를 모아 국내외 공동 관광마케팅 사업, 국제자매협회와 관광 교류 사업, 업종별 간담회 등 지역 관광을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지난해 최대 매출을 찍은 동부산 호텔들을 협회에 가입조차 하지 않거나 회비를 장기간 미납하며 지역 관광업계와 상생은 외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관광협회 관계자는 “동부산 특급호텔들은 대부분 지난해 객실 평균 판매 단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최대 매출을 올렸다”며 “하지만 지역 관광업계와의 상생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어 협회 회원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에 본사를 둔 일부 5성급 호텔은 꾸준히 협회에 회비를 내며 상생 행보를 보여 대비된다. 해운대구 ‘웨스턴 조선호텔 부산’은 1980년 이전에 가입했고, 부산진구 ‘롯데호텔 부산’은 1997년, 동래구 ‘호텔농심’은 2002년 가입해 현재까지 미납 없이 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부산관광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특급호텔이라도 부산에 별도 법인을 두고 운영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지역 상생에 더 관심을 두고 협회 일에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와이즈유 영산대학교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미국의 경우 관광공사도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데, 우리나라는 업계의 참여와 지원이 부족하고 가장 몸집이 큰 기업들조차 솔선수범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부 5성급 호텔들은 협회에 가입해도 실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협회 차원에서도 특급호텔들의 애로사항과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난티 힐튼 부산 관계자는 “협회 가입에 대해 그동안 내부에서 별다른 논의가 없었는데, 유관 기관 등과 협의해 협회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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