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카르텔 전쟁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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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범죄에 엮인 범죄집단을 마약 카르텔이라고 부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차기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과 전쟁을 벌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멕시코에 특수부대를 파견하는 군사행동 계획을 마련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2021년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미국인이 7만 1000명이라니 이해가 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공화당 내부에도 동조 세력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주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분명하게 반대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마약 카르텔의 테러 조직 지정과 군사력 투입에 반대다. 어떻게 당사자인 멕시코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런 일을 추진할까.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도 강력한 마약 단속 정책을 펼친 사례가 있다. 1986년에 발표한 마약 남용 금지법에는 마약 단속을 위해 당사국의 허가 없이도 미국이 타국 영토에서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질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결국 멕시코 마약왕 펠릭스는 1989년 체포되어 77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내부 싸움과 카르텔 간의 경쟁은 더욱 악화됐다. 미국의 강력한 카르텔 소탕 작전이 오히려 멕시코 전역으로 마약 카르텔이 확산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당시 미국의 ‘마약 전쟁’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요는 공급을 창출한다. 미국은 12세 이상 국민의 8.7%가 한 번 이상 마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세계 최대의 마약 소비국이다. 게다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보유한 강력한 무력은 대부분 미국에서 유입된 무기 덕분이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뉴욕을 비롯해 21개 주에서 기호용 대마초가 합법화되었다. 마약은 멕시코에서 만들어지지만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사실상 마약 전쟁의 원인 제공자였던 것이다.

범죄 영화에서나 듣던 카르텔이라는 단어를 요즘 자주 접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 차 들어 개혁 대상을 카르텔로 규정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다. 노동조합, 시민단체, 태양광 사업에 이어 최근 사교육, 공직자까지 대상이 넓어졌다. 3일 윤 대통령은 차관 임명식에서 “우리 정부는 반(反)카르텔 정부”라고 규정했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을 외면하거나 손잡는 공직자는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고 사교육 업체와 공직자들을 겨냥했다. 국민들은 최대 이익 카르텔은 법조 카르텔이라고 생각하는데, 대통령은 카르텔을 계속 새로 상정하고 타도하자고 하니 답답하다. 전쟁이 아니라 정치를 하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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