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명불허전 설악에 올라 겸손을 한껏 배운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남한 구간 중 제일 빡세다고 한목소리
공룡능선 운해 풍경은 명불허전
선경에 취재 무박 3일을 산 몸살 앓아

설악산 대청봉 파노라마 풍경. 동해에서 구름이 피어난다. 설악산 대청봉 파노라마 풍경. 동해에서 구름이 피어난다.

예행연습도 했더랬다. 백두대간 설악 구간 안내문에는 총거리 23.3km로 15시간이면 마친다고 돼 있었다. 다 탁상공론이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작성하지 않았을까. 왜?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공룡능선에서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선경을 보며 몸과 마음을 추스른 것도 잠시. 배낭마저 중청대피소에 두고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1708m)에 올랐으나 내려오는 한계령까지는 멀어도 너무 멀었다.

보통 이 구간은 2번으로 나눠서 하는 이도 많다. 특히 부산에서 이동 거리가 길어 차로 5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므로, 가능하면 느긋하게 하는 편이 낫겠지만, 중간에 내려오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대간까지의 접근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대간 종주를 준비하는 이들은 단박에 끝내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좋은 산에 다녀와서 이렇게 징징거리는 것은 그만큼 사무치게 기억이 남는 산행이었다는 뜻이려니, 양해를 부탁드린다. '설악은 역시 설악다웠다'로 이번 산행을 표현하고 싶다. 흔히 어머니 산이라 부르는 지리산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바위가 곧 봉우리였다. 흙길마저 많지 않아 커다란 너덜겅을 징검다리 건너듯 걸어야 하는 구간이 많았다. 그래도 설악은 설악이다. "이 정도면 중국 장자제 여행 갈 것 없겠다"는 극찬을 들은 산이다.

설악의 참모습을 아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여름이 막 물러가는 9월 중순의 설악산은 꽤 붐볐다. 거의 맨몸으로 달리는 사람, 키만 한 짐을 지고 묵묵히 걷는 사람, 아이와 외국인까지. 설악의 매력이 이들을 마구 불러 모으고 있었다. 청춘 시절 대청에 올라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두 번째 찾은 설악산. 왜 자주 오지 못했던가 이제야 후회한다.


산을 오르다 일출을 본다. 산을 오르다 일출을 본다.

마등령 삼거리까지

설악 구간 대간은 미시령에서 한계령까지로 주로 끊는다. 미시령~마등령 구간은 비법정탐방로다. 이 구간을 제외하더라도 공룡능선, 대청봉, 한계령까지의 길은 험난하다. 우선 마등령까지 가려면 속초 방면 설악산 소공원에서 비선대를 거쳐 삼거리까지 6.5km를 4시간 가까이 올라야 한다. 내설악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백담탕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한다. 백담사까지 7km 구간은 셔틀버스가 있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3.5km이고, 또 여기서 오세암까지는 2.5km다. 오세암에서 마등령까지는 1.4km의 덱 계단이다. 내설악도 걷는 구간이 7km가 훌쩍 넘어 어느 쪽이나 마등령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미시령에서 황철봉과 저항령을 지나 마등령까지 가는 비탐 구간도 무려 8km가 되는데 너덜지대가 많아 6시간 이상 걸리는 어려운 구간이다.

부산에서 저녁 9시에 출발해 출발지엔 다음 날 오전 3시에 도착해 산행을 바로 시작했다. 산에서 일출을 봤다. 그리고 설악에서 장엄한 일몰을 봤다. 헤드램프를 또 꺼내서 착용하고 어둠을 뚫고 한계령(오색령)에 도착했다. 오후 8시 39분이었다. 17시간 40분의 긴 산행이었다.

부산 수목산악회 신세균 회장이 "백두대간 전체 구간 중에 가장 난도가 높은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오색리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출발해 부산에 오니 다음 날 새벽 5시가 가까웠다. 무박 3일의 긴 일정이다.


절정에 오른 산오이풀. 절정에 오른 산오이풀.

공룡능선 고작 5km?

마등령에서 희운각까지 가는 구간을 설악 공룡능선이라고 부른다. 왜 그런지는 직접 보면 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설악의 바위는 희고 공룡의 송곳니처럼 하늘로 치솟아 있다. 특히 공룡능선 구간은 길이는 짧지만 10km 이상의 산길을 걷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이 정평이다. 국립공원에서도 이 구간은 '매우 어려움'으로 표시하고 등산 구간을 빨갛게 강조해 두었다. 5.1km인데 280분(4시간 40분)이 걸린다고 안내했다. 이번에 실제 걸어 보니 마등령 삼거리에서 희운각까지는 4시간 남짓 걸렸다.

설악의 바위 틈새마다 야생화가 피어 있다. 산오이풀, 구절초, 솔체꽃, 금강초롱, 산부추, 솔체꽃, 투구꽃이 제멋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 특히 보랏빛 투구꽃이 지천이어서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참 늦었지만 일출을 본 이야기를 하려 한다. 협곡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그 바다 수평선에서 해가 이글거리며 솟아오른다.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숨죽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촬영하기 시작한다. 추억은 전화기 속에 침잠한다. 누구나 그렇다.

앞서가던 누군가 '똥 주의!'라고 외친다. 발아래를 주시하며 걷는다. 하트 모양의 까만 염소 똥이다. 이것은 산양의 똥. 막 배설한 것처럼 반들반들 윤기가 있다. 고마움에 고개를 한 번 더 숙인다. 설악 케이블카에 또 얼마나 가슴 졸이고 있을까.


바위 위에 자리 잡은 천년송. 바위 위에 자리 잡은 천년송.

저 바위는 저 솔은

마등령 숲속에서 아침을 먹었다. 사람들이 북적인다. 간편한 복장의 외국인도 많다. 산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인지 본인의 체력을 과신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성큼성큼 가는 것을 보면 체력이 남다르긴 한 모양이다.

커다란 바위 위에 천년송이 멋지게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도무지 가능하지 않은 입지 조건인데, 우람한 체구를 키운 것을 보면 자연이나 인생이나 가늠할 수 없는 기적이 존재하는 것 같다.

겨우 1.2km를 걷는데 1시간이 걸린 것 같다. 희운각 대피소까지는 3.9km가 남았다. 철봉을 잡고 한껏 힘을 줘서 올라가는 구간이 있다. 끙~ 하며 다리에 힘을 주고 올라서는데 허벅지 근육에 경련이 생긴다. 쥐가 온 것이다. 쥐를 잡을 고양이가 필요하다.

갈 길이 구만리인데 벌써 몸에 이상이 생겼다. 조금 힘을 주면 다리가 멈출 것 같다. 엉거주춤 걷고 있는데 동행한 황계복 부산등산아카데미 강사가 불편하냐고 묻더니 배낭에서 약을 꺼내주었다. 앰풀과 알약 두 개를 단숨에 삼켰다. 희운각에서 포기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다소 걸을 만해서 계속 간다.


공룡능선 고릴라 바위. 공룡능선 고릴라 바위.

고릴라 바위와 선경

옆에서 보면 고릴라의 상체를 닮았다는 고릴라 바위. 모두 좋아하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킹콩을 닮았다. 고릴라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했다. 그 옆에는 돌고래를 닮은 바위도 있다. "보이는 만큼 보이고, 생각하는 만큼 느낍니다." 한 일행이 정리했다. 북한산에서 본 코끼리바위가 생각났다. 아무리 보아도 찾지 못했는데, 누군가 옆에서 일러주어서 코끼리를 만날 수 있었다.

새벽에는 별이 총총했고, 해가 뜨니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넘실거렸는데. 어디선가 비구름 같은 것이 몰려와 백두대간의 동쪽을 점령한다. 국립공원 안내문에도 공룡능선 구간은 기상이 시시각각 변하는 곳이라고 돼 있다. 북쪽으로 기준을 삼으면 오른쪽 동쪽은 구름이 짙어 있고, 대간의 왼쪽 내설악 서쪽은 푸른 하늘이다. 신기한 자연 현상이 빚어낸 선경이다. 그 그림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공룡능선 촛대바위. 이곳을 지나면 생명수가 있다. 공룡능선 촛대바위. 이곳을 지나면 생명수가 있다.

촛대바위 아래 생명수

이미 오르막에서 가져온 생수 2리터를 소진한 사람이 있었다. 물 부족이었다. 배낭에 얼음까지 3리터를 챙겼는데, 얼음은 반 넘어 녹았고, 가져간 물은 거의 다 마셨다. 희운각대피소까지 가야 물을 구할 수 있다는데 막막했다.

희운각대피소는 아직 2.4km나 남았다. 현재의 걸음으로라면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다. 희소식이 들렸다. 부산등산아카데미 제1기 백두대간종주대(단장 박경효) 이경규 선두 산행대장이 촛대봉 아래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마등령과 희운각 대피소의 중간지점에서 물을 구할 수 있어 행복했다. 다만, 시에라컵 등이 있어야 물을 원활하게 수통에 담을 수 있다. 산행할 때는 종이컵이라도 하나 챙겨가는 게 맞겠다. 정 컵이 없으면 나뭇잎이나 가지로 물줄기를 만들 수 있는데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려워할 것이 분명하다.

물을 가득 채우고, 다시 공룡의 등뼈를 걷는다.


산양이 남기고 간 흔적. 산양이 남기고 간 흔적.

산양이 신령처럼 사는 곳

설악산 산양은 천연기념물이다. 큰 바위가 있는 험준한 산악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험준한 지형을 택한 것은 생존 본능일 것이다. 크게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서식하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2~5마리 정도가 군집한다는데 수컷은 단독 생활을 한다고 국립공원에서 안내해 놓았다.

염소와도 다르고 양과도 조금 다른 산양은 설악산에서 수난의 상징처럼 되었다. 개발과 보존의 틈바구니에서 산양은 점점 구름 속으로 숨어들 것이 분명하다. 동해에서 밀려온 것이 분명한 구름이 공룡능선을 휘감고 있다. 조금씩 드러난 바위 봉우리가 기묘한 풍경을 선사한다.

사람들이 아예 자리 잡고 앉아 풍경 감상 삼매경에 빠진다. 구름이 짙었다가 옅어지곤 한다. 반복되는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다. 감탄만 나오니 비좁은 조망지가 북새통이다. 그래도 누구 하나 짜증 내는 사람이 없다. 여기는 하늘나라다.

희운각대피소까지는 1km가 남았다.


설악산 백두대간 구간에 만개한 투구꽃. 로마 병정의 투구를 닮았다. 설악산 백두대간 구간에 만개한 투구꽃. 로마 병정의 투구를 닮았다.

보라색 투구꽃 이색 풍경

투구꽃은 진보라색이다. 장수의 투구처럼 생긴 모양이다. 한국의 속리산 이북 지역에만 분포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쪽의 얼치기 산꾼에게는 생경한 꽃이었다. 꽃 모양이 로마 병정의 투구처럼 생겼다고 설명한 책도 있다.

어쨌든 이맘때 설악 백두대간은 투구꽃 세상이다. 묘한 색상이 깊숙한 느낌이어서 자료를 찾아보니 뿌리는 초오라는 독초로 약재로 쓴다고 한다.

바위 구간이 험한데 별도의 계단은 만들지 않고 쇠 난간을 박아 놓았다. 스틱은 거추장스럽지만, 등산 초보자만 아니면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다. 국립공원의 관리 형태가 북한산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백운대 오름길과 비슷한 것은 혼자만의 느낌일까.

희운각대피소는 한창 공사 중이다. 물은 산행로 옆에 엑셀 파이프에서 쿨쿨 잘 나오고 있었다. 지하수는 아니고 계곡물이라고 한다. 지하수가 아니면 어떠랴. 물을 빈 병마다 채워 넣었다. 점심을 먹고 대청봉을 향해 오른다.


신령스러운 운해. 신령스러운 운해.

빈 짐의 무게도 무겁다

희운각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길은 끊임없이 고도를 높이는 구간이다. 마의 구간이라 불린다. 딱히 다른 이름이 필요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2.5km 구간에 고도는 500m 이상 한껏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대청까지 2시간 이상 걸린다.

당일 오후 2시에 희운각대피소를 출발해 1시간 15분을 쉼 없이 올라 소청에 도착했다. 한숨 돌린 뒤 중청대피소를 향해 걷고 중첨 삼거리에서 배낭을 벗어 던진 후 대청봉은 3시 59분에 도착했다. 딱 2시간이 걸린 셈이다.

소청에서는 봉정암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내설악이 한눈에 보이는데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중청삼거리에서 9월 15일 이후 숙박 기능이 사라질 중청대피소를 향해 걷는다. 중청대피소는 대피소 기능은 유지한다고 한다. 일행 한 사람이 약간 비싼 느낌이 드는 생수 한 병을 샀다. 대청봉을 향해 걷는다. 주변이 일망무제라 가슴은 탁 트이지만, 누적된 피로는 갔다가 돌아와야 하는 부담과 겹쳐 감동을 반감시킨다.

대청봉 정상석은 붉은 바탕이 각인돼 있다. 멀리 속초 시내와 동해가 보인다. 왜 여기까지 왔던가. 또 가야 할 길은 얼마인가? 갈 수 없는 북녘의 백두대간, 남으로는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아득하다.


마침내 대청봉에 다다르다. 마침내 대청봉에 다다르다.

한계를 시험하는 것인가

대청봉에서 한계령까지는 8,3km. 애초 지도로 집에서 산행 구간을 답사했을 때는 매우 평탄한 길로 생각했다. 한계령 자체가 해발이 높은 지역이어서 생각으로는 설악산 대청봉으로 오르는 가장 쉬운 길(?)로 착각했다. 하산 이후 모든 생각을 지웠다. 특히 한계령을 목전에 두고 산 하나를 다시 올랐을 때는 욕이 나왔다.

산길은 보통 2km를 한 시간 정도에 걸을 수 있다고 계산한다. 설악에서는 이 계산법이 맞지 않지만. 4시간 정도면 하산할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하산길이니 쉽기까지 할 것 아닌가. 대청봉도 올랐겠다. 즐겁게 하산한다.

그런데 가도 가도 길이 끝나지 않는다. 4시에 대청봉에서 하산을 시작해 끝청 전망대까지 1시간이 걸렸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오후 5시다. 끝청봉(1610m)에서 한계령 갈림길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몰랐다.

다만 길가에 무수히 핀 금강초롱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보라색도 있고 흰색도 있다. 왜 이리 하산길이 긴지 아무도 애기 해주는 이는 없다. 한때 함께 걷던 일행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햇살을 받아 청초한 구절초. 햇살을 받아 청초한 구절초.

물을 나누고 기분이 좋아지다

한계령 방향에서 오던 남녀 청년 학생 3명과, 앞서 하산하던 황계복 강사가 멈춰 서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물 이야기다. 이야기인즉슨 이 친구들은 남교리에서 출발해 서북능선을 거쳐 중청대피소까지 가는 중인데 물이 모자라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산에서는 절대 타인에게 물을 빌리면 안 된다'는 것은 철칙. 그런데 그런 강의를 한 황 강사에게 물을 요구했다. 황 강사는 배낭의 물 한 병을 아낌없이 줬다. 다소 화색이 돈 학생들과 그다음으로 만났다. 물 계산을 잘못해 몇시간 째 입술만 축이면서 오르고 있다고 했다. 물 1리터를 나눴다. 희운각에서 지고 온 귀한 물이다. 이상하게 기분은 좋았다. 학생들이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뒤에 오던 명용익 중간대장도 학생들에게 물 나눔을 했다. 목이 말랐던 학생들은 복을 만났다. 그들에게 행복한 기억이 되었으리라 우리도 그랬다.


끝청봉 즈음에서 석양을 만나다. 끝청봉 즈음에서 석양을 만나다.

다시 헤드램프를 켜다

어둠이 또 내렸다. 새벽 깊은 어둠 속에서 산행을 시작했는데 해가 졌다. 헤드램프를 켜고 묵묵히 걷는다. 지금의 오직 한 목적은 한계령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다. 너덜지대가 많다. 징검다리처럼 뛰어 건너야 하는데 자칫 발이라도 헛짚으면 큰일 나겠다. 등산화도 너덜너덜해지고 있어 언제 밑창이 떨어질지 모른다. 악재는 겹친다더니 바짝 긴장한다.

아침에 보았던 햇살 속의 산오이풀, 구절초를 떠올려야 하는데 어둠 저편의 심연 같은 칠흑 세계만 깊다. 한계령 3.1km를 남기고 휴대전화 배터리도 소진됐다. 비상 배터리를 연결해 충전하며 걷는다.

내리막길에서 누군가의 불빛이 보인다. 80세가 훌쩍 넘은 '1번 형님'이시다. 전 구간을 함께 하지 않고 오색에서 올라와 대청봉을 거쳐 하산하는 중인데 막판에 속도가 줄었다. 명 대장이 1번 형님을 케어하며 내려오기로 했다. 배낭이라도 들어드릴지 생각했지만, 마음과 달리 손이 나서질 않는다. 박경효 단장은 1번 형님과 코스를 함께 했는데 노고가 짐작된다.

한계령은 내리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검은 산 하나가 또 떡하니 막고 섰다. 올라야 내려갈 수 있다. 드디어 탐방지원센터 입구에 도착한다. 닫힌 문은 자동문이어서 내려갈 때는 자동으로 열린다. 이 시간에 올라오는 문은 열리지 않는다. 한계령 도로를 닦을 때 희생한 이들을 기렸다는 위령비를 보며 잠시 내려서는 백두대간 오색령이다. 이미 어둠이 한껏 내린 오후 8시 40분이다.

1시간 뒤에 박한철 후미대장과 일행 2명도 안전하게 하산했다. 설악산, 명불허전이다.


공룡능선 바위. 공룡능선 바위.

▲설악산 공룡능선

공룡능선은 그 자체가 영동과 영서지방의 구분 선이다. 마등령에서 시작해 희운각대피소 무너미고개까지 약 5km를 공룡능선이라 부른다. 2013년 대한민국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공룡능선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능선이 공룡의 등뼈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희고 매끈한 바위 봉우리는 대보화강암이다. 중생대 쥐라기에 생성한 것이니 공룡과 연관성이 많다. 평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 느긋하게 걸으면 시간당 1km가 적당하다.

일부러 천천히 걷지 않아도 기암괴석과 절경에 눈이 팔리기 일쑤다. 풍광이 좋은 자리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걷는 것이 최고다. 단, 그렇게 하려면 희운각대피소나 소청대피소를 사전에 예약하고 1박 2일 일정을 잡아야 한다.

길이 예전에 비해 많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정체 구간이 생긴다. 특히 단풍철에는 오르고 내리는 산꾼들도 혼잡하기에 체증을 각오해야 한다. 가능하면 오르는 이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맞다.

공룡능선 운해. 공룡능선 운해.

공룡능선에서 볼 수 있는 운해는 동해의 수증기가 공룡능선의 찬 공기와 만나 구름이 되고, 이 구름이 모여 봉우리 사이로 멋진 구름바다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국립공원 대표 경관 가운데 제1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 안배와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많은 산행 조난자가 발생하는 곳도 이 구간이니, 명승을 즐기려면 투자가 필수다.


부산일보 | 안녕하세요! 산&길입니다🌿 오늘 영상은 '백두대간 설악산'편입니다! 남한 구간 중 제일 힘들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백두대간 설악 구간!!🙍‍♂️ 그래도 설악의 참모습을 아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여름이 막 물러가는 9월 중순의 설악산은 꽤 붐볐습니다😊 설악산 산행😮 함께 감상하시죠🤗 ---------------------------------------------------------------------------- 📌유튜브 '펀부산' 구독하시면📌 🔥재미있고 특별한 영상이 함께합니다🔥 ---------------------------------------------------------------------------- 🔥 '[백두대간] 명불허전 설악에 올라 겸손을 한껏 배운다' 기사 바로가기 🔥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091411351360353

백두대간 설악 구간 고도표. 백두대간 설악 구간 고도표.

마등령 삼거리는 붐볐다. 공룡능선의 시작점이다. 마등령 삼거리는 붐볐다. 공룡능선의 시작점이다.

빼어난 설악의 풍광. 빼어난 설악의 풍광.

곳곳에 이정표가 있다. 곳곳에 이정표가 있다.

촛대바위 지나 생명수. 계곡물이다. 촛대바위 지나 생명수. 계곡물이다.

갈라지고 튀어나온 거대한 바위 풍경. 갈라지고 튀어나온 거대한 바위 풍경.


환상적인 공룡능선. 환상적인 공룡능선.

어려운 구간도 곳곳에 있다. 어려운 구간도 곳곳에 있다.

마침내 도착한 희운각대피소. 마침내 도착한 희운각대피소.

소청까지는 끝없는 계단이다. 소청까지는 끝없는 계단이다.
소청에서 봉정암 갈림길을 만난다. 소청에서 봉정암 갈림길을 만난다.

소청에서 중청대피소로 가는 길. 멀리 대청봉이다. 소청에서 중청대피소로 가는 길. 멀리 대청봉이다.

숙박 기능이 사라진 중청대피소. 정상에 다녀오기 위해 산꾼들이 내려놓은 배낭이 가지런하다. 숙박 기능이 사라진 중청대피소. 정상에 다녀오기 위해 산꾼들이 내려놓은 배낭이 가지런하다.

강력한 활자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청봉 정상석. 강력한 활자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청봉 정상석.

한계령으로 하산한다. 한계령으로 하산한다.

끝청에서 바라본 서북능선. 끝청에서 바라본 서북능선.

하루 해가 저문다. 하루 해가 저문다.

마침내 도착한 한계령 탐방지원센터. 마침내 도착한 한계령 탐방지원센터.

백두대간 오색령 비 앞에서 설악산 구간 백두대간 긴 종주를 마무리한다. 백두대간 오색령 비 앞에서 설악산 구간 백두대간 긴 종주를 마무리한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